특목고-일류대 진학 실적까지 밝힐 수도

  • 입력 2008년 8월 8일 02시 55분


학교간 격차 드러나 피말리는 경쟁 불가피

교사-학생 분발 자극… 일각선 서열화 우려

대학은 올 12월부터 취업률 - 연구실적 공개

■ 2010년부터 초중고 성취도 ‘3등급 공개’

교육과학기술부가 2010년부터 모든 초중고교의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공개하도록 함에 따라 일선 초중고교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교육당국이 학교별 또는 지역별 학력 격차가 드러나는 것을 꺼렸기 때문에 각 학교가 얼마나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지 알 수 없었고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이명박 정부가 학교 자율성과 학력 증진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강조하고 있어 이번 학교정보공개가 이뤄지면 학교의 교육수준을 높이기 위해 학교와 교사들이 경쟁하게 된다는 것.

학교에서는 정보 공개가 가져올 학력 증진의 기대와 학교 서열화의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 초중고교, 무엇이 드러나나

시행령은 4등급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성적을 3등급으로 완화해 공개하도록 했다.

하지만 정보 공개의 취지가 ‘최소한 시행령이 규정한 항목은 공개를 하라’는 것이기 때문에 일선 학교는 학교의 의지에 따라 더 많은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성적이 좋은 학교는 시행령이 ‘보통 이상’에 포함해 공개하도록 한 우수 학력 비율을 따로 공개해 결국 4등급의 학력 격차가 드러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2010년부터 학력 정보가 공개되는데 이어 2011년부터는 전년도 대비 학력 변화가 공개되기 때문에 교장들은 학력 신장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서울 마포고 김평원 교사는 “고교 선택제가 같은 시기에 도입되는 서울에서는 비선호 학교로 처지지 않기 위해 경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개 항목에 포함된 ‘졸업생 진로 현황’도 경쟁을 부추길 수 있다.

중학교는 ‘일반계고, 전문계고, 종합고, 기타’로 분류해 공개하도록 했지만 상위권 학교는 외국어고나 과학고 진학 실적을 추가로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고교 역시 상위권 대학 진학 실적을 공개하는 학교가 나올 수 있다.

○ 성적공개 서열화 논란

학교 간 경쟁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지만 학교 서열화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크다. 그러나 교과부는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학력 격차 실상을 제대로 알아야 낙후지역 지원 등 개선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전국 학업성취도 평가를 4개 등급으로 공개해 2014년까지 모든 학생이 상위 2개 등급에 속하게 한다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교육청 학교 홈페이지에서도 학업성취도를 확인할 수 있다.

일부 교육학자는 학교별 학업성취도 평가의 원점수까지 낱낱이 공개해야 학교가 학생이 원하는 교육을 실시하는 등 공교육이 정상화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반면 교원단체 등은 시도교육청 단위로 ‘기초학력 미달’ 비율만 공개해 학교 서열화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인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학교별 학업성취도 평가 공시는 전국 초중고교의 서열화를 조장해 파행으로 몰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 대학 정보 공개는

각 대학은 당장 올 12월부터 재정 상황과 취업률, 신입생 충원율, 연구 실적 등 56개의 항목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

특히 시행령은 일부 대학이 미취업자나 임시직까지 포함해 취업률을 부풀려온 폐해를 막기 위해 건강보험 기록을 토대로 정규직, 비정규직, 일용직, 자영업 등 세분화된 정보를 공개하도록 했다.

취업률이나 신입생 충원율 등은 학과별 현황까지 공개해야 하기 때문에 수험생들의 진학 기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시행령은 공개 항목에 ‘입학 유형별 신입생 선발 결과’가 포함돼 있어 대학들은 전형에서 특목고 우대를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교과부는 일반전형인지 아니면 기회균형 선발전형인지 등 큰 범위에서 사회적 배려가 이뤄졌는지를 보기 위한 것이라며 특목고 분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교사 ‘성취압력’ 강할수록 학생 성적 올라간다

교육개발원 중학교 200곳 조사… 부모 영향력 능가

교사가 학생에게 공부하도록 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학생 성적에 관심을 많이 보일수록 학생들의 성적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은 전국 200개 중학교 학생 1만354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국어 영어 수학 과목 시험(각 100점 만점)을 분석한 ‘학교교육 및 수준분석(Ⅱ): 중학교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 학교 환경에서 중학생의 학업성취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은 교사의 ‘성취압력’인 것으로 분석됐다.

성취압력은 ‘교사가 학업성취도를 높이기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는 가정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 정도를 평가하는 지표로 5점 척도로 이뤄졌다.

연구팀은 학생들에게 ‘선생님은 학업 성적을 중요시한다’ ‘학생이 열심히 공부하기를 원한다’ ‘학생이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싫어한다’ ‘(우리 반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공부할 것이 많다’ 등 4가지 질문을 주고 각 질문에 1점부터 5점까지 점수를 매기도록 한 뒤 평균을 냈다.

그 결과 성취압력의 전국 평균은 5점 만점에 3.66점이었으며 성취압력이 높을수록 학교 평균도 올라갔다.

성취압력이 1점인 학교에 비해 5점 만점인 학교의 평균 점수는 영어 31점, 수학 29.9점, 국어 23.2점이 각각 높았다. 성취압력이 1점 오를 때마다 국어는 5.8점, 영어 7.74점, 수학 7.47점씩 높았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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