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라 관련 형사소송 80건중 75건 유죄판결

  • 입력 2008년 7월 9일 03시 23분


“누리꾼은 허위사실 게재… 다음은 범법 묵인-방치”

■ 최근 3년 7개월간 재판 결과 분석

광주 남구에 사는 치과의사 박모(49) 씨는 지난해 4월 인터넷 포털 다음의 토론방인 아고라에 ‘노무현, 이명박은 매국 역적 사기꾼’이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후 비슷한 취지의 글을 수십 차례나 아고라에 계속 올렸다.

박 씨는 “후보자 검증 차원에서 이 씨의 대선후보 당선을 막기 위해서 글을 올렸다”고 주장했고, 서울중앙지법은 명예훼손 혐의로 박 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아고라에 허위사실이나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글을 올려 소송을 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동아일보가 8일 아고라 게시물에 대한 법원의 재판 내용을 분석한 결과 형사소송 93%가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대부분 유죄로 판결났다. 조사 대상은 아고라가 서비스를 시작한 2004년 12월 1일부터 이달 4일까지다.

○ 아고라 관련 판결 10건 중 9건꼴로 유죄

다음 아고라와 관련해 판결이 난 재판 건수는 모두 82건. 이 가운데 선거법 위반 혐의가 67건(81.7%)으로 가장 많았다. 명예훼손 혐의가 13건,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2건 순이었다.

이 가운데 형사 재판(80건)의 경우 75건(93.7%)이 유죄로 판결났다.

혐의별로 보면 선거법 위반 혐의(67건)는 2건을 빼곤 모두 유죄가 선고됐다. 형량은 벌금 20만 원∼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3년까지 다양했다.

나머지 2건의 경우 글의 내용이 감정적인 데다가, 게재 시점도 공직선거 운동 기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이 나왔다.

명예훼손 혐의 13건 중에는 10건(76.9%)이 유죄로 판결났다. 40만∼750만 원까지 벌금형이 나왔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아 2건은 공소 기각됐고 1건은 무죄 선고됐다.

민사 재판(손해배상청구)은 피해자가 다음을 상대로 낸 소송이었다. 항소심은 최근 자살한 여자친구에 관한 악성 루머가 아고라 등에 올라와 정신적 피해를 본 김모(32) 씨에게 다음이 7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 “선거 등에 영향 끼칠 목적으로 반복적 거짓 유포하면 유죄”

공직선거법에는 ‘선거법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누구든지 선거일 180일 전부터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 반대하는 내용을 작성해 배부, 게시할 수 없다’고 돼 있다. 또 인터넷 등에 정당 및 후보에 대해 허위 사실 및 비방하는 내용의 글을 게재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아고라 관련 유죄 판결은 이 같은 규정을 어기고 계획적 반복적으로 글을 올린 경우에 해당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예훼손은 비록 공익적 목적이 있더라도 게재한 글이 진실하지 않고 누리꾼이 그 허위성을 알면서도 특정인을 공격할 때 유죄로 인정된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올해 선거법 위반 혐의의 상당수 사건이 다음 아고라에 특정 후보를 공격하는 글을 올린 것”이라며 “일부 누리꾼은 계획적으로 특정 후보의 낙선을 도모했고, 다음은 이를 묵인해 방치한 측면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변희재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 정책위원장은 “선의의 아고라 토론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일부 누리꾼의 불법 행위에 대해 자정노력을 기울이고, 다음 직원이 이슈 편집 등에 개입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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