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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6월 28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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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수업선 광우병 동영상… 학부모들 거센 항의
“엄마. 수업시간에 연극을 한대. 나는 소 가면을 준비해 가야 해.”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에 사는 학부모 A 씨는 5학년 아들의 말에 별 생각 없이 소 가면을 준비했다.
A 씨는 며칠 뒤 학교 홈페이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몇몇 학생이 미친 소, 시위대, 방송 리포터로 역할을 분담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시위를 재연하는 내용이 있었다. 모형 촛불과 ‘이명박 OUT’ ‘이명박 나가라’는 구호가 적힌 피켓도 보였다.
사진을 본 A 씨는 “교사라는 사람이 아직 비판의식이 자리 잡히지 않은 아이들에게 시킬 게 없어서 그런 걸 시키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수업을 맡았던 해당 교사는 “방송을 다룬 국어 수업시간에 아이들이 아나운서와 기자가 되어 특정 상황을 재연했다. 촛불시위가 뉴스에 많이 나오니까 자기들끼리 그 주제로 재연하겠다며 준비한 것일 뿐 특정한 의도를 갖고 담임이 계획한 수업이 아니다”고 답했다.
이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고모 교사는 8개 학급 학생들에게 광우병 논란을 담은 EBS의 ‘지식채널 e-17년 후’ 동영상을 보여줬다.
영국에서 일어났던 광우병을 다룬 이 동영상은 비틀거리는 소, 광우병에 걸려 죽었다는 고양이,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했다는 여대생을 소개하고 있다.
학부모 B 씨는 “아이들이 잘못된 해석을 내릴 수 있을 만한, 민감한 내용을 담은 비디오를 보여주면 어떻게 받아들이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학교 5학년 학급의 한 담임교사도 “아이들이 광우병을 다룬 동영상을 보고 적지 않은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고 교사는 “아이들이 계속 ‘광우병이 뭐냐’ ‘미국소만 걸리느냐’고 물어 동영상을 보여줬다. 초등교사 수업자료를 공유하는 곳에서 구한 동영상을 보여준 것뿐이다”고 주장했다. 고 교사는 “개인적으로 촛불집회에 나가본 적도 없다”면서 “교사의 개인적인 견해가 들어간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시사문제를 다루는 차원에서 수업을 진행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