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기계도 파업… 물류 설상가상

  • 입력 2008년 6월 17일 03시 04분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 나흘째인 16일 주요 항만과 내륙컨테이너기지의 화물 처리량이 10%대로 떨어져 수출입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여기에 전국건설기계노조가 이날부터 총파업에 들어가 물류활동이 사실상 마비될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는 운송업무 종사자에게 업무를 강제하는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검토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설상가상 건설기계노조=민주노총 산하 전국건설기계노조 회원 7000여 명은 이날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기름값이 오른 만큼 건설기계 임대료를 올리고 발주처의 기름값 지급 의무를 규정한 ‘건설기계 임대차 표준계약서’를 완전히 시행하라고 요구했다.

전국건설노조 백석근 위원장은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무기한 총파업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8500여 명의 회원을 거느린 한국노총 건설기계노조도 이날 0시부터 총파업에 나섰다.

▽앞으로 이틀이 고비=정부는 17, 18일 운송료 인상의 열쇠를 쥔 화주단체와 잇달아 교섭할 예정이다. 이 기간이 협상타결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 주요 항만의 컨테이너 처리량은 16일 오후 8시 현재 1만50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한 개) 안팎. 평상시 반출입량의 18∼21% 선까지 급락했다.

화물연대 조합원이 집단으로 운송거부를 시작하고 비조합원들이 동참한 이후 컨테이너 처리량이 평시의 10%대까지 떨어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장치율(컨테이너 야적장의 화물 점유율)이 한때 100%를 넘었던 부산항 감만부두는 셔틀 차량이 물동량을 소화해 96%로 낮아졌다.

광양항 평택항 당진항 울산항도 장치율이 평균 3%포인트 올라 화물 처리에 큰 애로를 겪었다. 운송거부 차량은 1만5000여 대로 집계됐다.

▽피해도 계속 늘어=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로 16일까지 수출입 통관이 늦어지면서 생긴 차질액은 47억3000만 달러(약 4조9192억 원)라고 지식경제부는 추산했다.

수출 차질액(23억1000만 달러)에 비해 수입 차질액(24억2000만 달러)이 다소 많았다.

지경부는 항만에 반출입되는 물량의 감소가 통관기준 수출입 통계에 반영되기까지 수출은 3∼4일, 수입은 2주일 정도 걸리지만 장치율이 100%에 이르면 이보다 빨라져 피해액이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위기 경보 수준을 ‘경계(Yellow)’에서 ‘심각(Red)’ 단계로 상향 조정하고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화물연대는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지면 헌법소원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김동원 기자 daviskim@donga.com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업무개시명령

운송업무 종사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집단으로 화물 운송을 거부해 국가 경제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그럴 우려가 있을 때 정부가 국무회의를 거쳐 내린다. 이 명령을 거부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 운수업 관련 면허 취소 등에 처한다. 2003년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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