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0 촛불집회, 87년 6월항쟁 이후 최대인파 운집

  • 입력 2008년 6월 10일 19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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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0항쟁 21주기를 맞아 당시 집회 참가자들이 10일 오후 명동성당에서 촛불집회 지지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연합]
6.10항쟁 21주기를 맞아 당시 집회 참가자들이 10일 오후 명동성당에서 촛불집회 지지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연합]
6·10 민주항쟁 21주년을 맞는 10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를 중심으로 한 도심 일대에는 팽팽한 긴장이 감돌았다.

이날 서울 도심에는 경찰 추산 15만여 명의 인파가 몰려 1987년 6월 항쟁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15만 여명의 촛불집회=전국 1700여개 시민사회단체와 네티즌모임으로 구성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이날 오후 7시부터 15만여 명(경찰 추산)이 참가한 가운데 세종로 일대에서 '6·10 100만 촛불대행진'을 열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홈페이지에 '6월 10일 명동에 넥타이부대 모입시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젊은 직장인들의 집회 참여를 독려했다.

또 대책회의의 인터넷 게시판에는 "지방에서 서울 촛불집회를 참가하려고 휴가를 냈다" "10일 행사에 참여하려고 월요일부터 사흘 간 휴가를 냈다"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

대책회의 측은 이날 오후 5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약식집회를 열었다.


▲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운하백지화국민행동도 이날 오전 서울광장 잔디밭에서 100여 개의 연날리기 퍼포먼스를 벌인데 이어 오후 2시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귀를 열자'는 의미로 빈 페트병을 두드리며 청계천 주변을 행진했다.

한미FTA농축수산비상대책위는 오후 2시부터 명동거리에서 우리쌀로 만든 인절미를 나눠주며 촛불집회 동참을 호소했다.

한국여성민우회도 광화문 일대에서 점심식사를 하러 나온 직장인들에게 "촛불집회 함께해요"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날 집회에는 휴강이나 결강을 내고 참석한 대학생들도 상당수였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동맹휴업 총투표에 재학생 51%가 투표에 참여해 이 중 85%의 찬성으로 10일 하루 동안 동맹휴업을 의결했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이날 오후 3시 교내에서 집회를 가진 뒤 서울광장으로 이동했다.

덕성여대와 청주교대도 동맹 휴업에 참여했고 한국외대와 성균관대 총학생회는 미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자체 행사를 진행했다.

▽다양한 구호 쏟아진 집회현장= 이날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다양한 직업과 계층으로 구성된 만큼 다채로운 주장과 구호를 쏟아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날을 '6.10 교사 행동의 날'로 정하고, 소속 교사들이 오전 11시 서울광장에 모여 '쇠고기 재협상 요구 학교대표자 선언'을 발표했다.

이에 앞서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과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은 전교조와 공동으로 '검역주권 회복 및 국민 주권사수를 위한 공무원ㆍ교사노동자 시국선언'을 했다.

여성민우회를 비롯한 여성단체들도 오후 5시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6.10 100만 촛불대행진 여성선언'을 하고 청계광장과 광화문에서 행진을 벌였다.

한미FTA 기독교 공동대책위원회는 서울광장 맞은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6.10 기독교인 사전마당'을 진행했고, 불교환경연대 등은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쇠고기 수입고시와 대운하 계획 철회를 요구하는 법회를 열었다.

금속노조원 5000여 명이 오후 4시를 전후해 양재동과 마포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각각 집회를 가졌다. 공공운수연맹 5000여 명도 오후 5시 서울시청 앞에서 총궐기 대회를 열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집회를 마친 뒤 오후 9시부터 가두 행진을 벌였다.

▽전국적 촛불 집회 물결=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에서도 대규모 촛불집회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부산에서는 오후 7시 서면 쥬디스태화 옆에서 '6·10항쟁 21주년 100만 촛불대행진 부산행사'가 열렸다.

부산지역의 시민사회단체 대표자와 원로, 종교인 등 100여 명은 집회에 앞서 서면로타리 일대에서 삼보일배 행진을 벌였다.

같은 시각 광주·전남 비상시국회의도 광주 동구 금남로 삼복서점 앞에서도 촛불집회가 열려 참가자들이 한나라당사를 왕복 행진했다.

대구와 울산, 경북, 강원, 충남 등지에서도 적게는 수백 명에서 많게는 1000여명 이상이 참가하는 6·10항쟁 21주년 촛불집회가 열렸다.

경찰은 이날 하루 전국 79곳 촛불집회장에 5만여 명이 참석한 것으로 추산했다.

▽민주항쟁 기념 행사 봇물=촛불집회에 앞서 6·10 민주항쟁 21주년을 기념한 행사도 봇물을 이뤘다.

시민사회단체들은 1987년 항쟁 당시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가 태동했던 서울 명동 향린교회에서 오후 12시 기념 타종식을 갖고 시청 앞으로 행진을 벌였다.

이한열 열사 21주기 추모기획단도 오후 5시 서대문구 신촌 연세대에서 '민주주의 구현,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 반대'를 내건 기자회견과 추모제를 열었다.

기획단 소속 학생 300여 명은 연세대 정문에서 서울광장까지 이 열사의 영정 사진을 들고 행진하는 국민장을 재연했다.

▽평화 집회 호소=한진희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이날 오후 서울광장을 찾아 물리적 충돌을 자제해달라고 보수단체와 대책회의 양측 관계자에 요청했다.

이에 서정갑 국민행동본부장은 "현재 광화문 일대가 무법천지이고 시위대로부터 공권력이 훼손당하고 있어 우리가 집회를 하는 것인 만큼 물리적 충돌은 자제하겠다"며 "불법시위를 하는 단체가 불법시위를 진압하는 경찰을 폭력경찰이라고 비난하고 경찰청장 퇴진을 주장하는 건 억지"라고 말했다.

한 청장은 이어 촛불집회를 주최하는 대책회의의 상황실도 방문해 국민행동본부와 충돌하거나 폭력시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했으나 상황실에 있던 4명이 일절 대응하지 않아 아무런 대화 없이 발길을 돌렸다.

대책회의도 호소문을 통해 참가자들의 폭력 행위 자제를 촉구했다.

대책회의는 특히 한달 여 지속된 촛불집회 이래 최대 규모의 인원이 한 자리에 모이는 만큼 돌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 현장에서 500명 이상 규모의 '질서 유지 자원봉사단'을 꾸렸다.

박원석 국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은 "맨손으로 물대포에 맞서는 모습이 다른 시민들의 공감을 사 촛불 집회의 규모도 커지게 됐다. 쇠파이프로는 정부를 이길 수 없지만 촛불로는 이길 수 있다"며 "우발적인 일이 행여 벌어지더라도 그게 중심이 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통 혼잡=경찰은 세종로 사거리 등에 콘테이너 차단벽을 설치한데 이어 사직터널에서 자하문터널, 삼청터널, 종로1가 로터리를 잇는 거대한 사각형 모양의 도심 구간에서도 시위대의 움직임에 따라 탄력적인 교통통제를 실시했다.

또 심야의 시위 상황에 따라 청와대 방면으로 출구가 나 있는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과 안국역,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전동차를 무정차 통과시켜 달라고 서울메트로 등에 요청했다.

이처럼 광화문과 세종로 일대의 교통이 통제되면서 세종로 사거리에 인접한 덕수초등학교는 이날 단축수업을 실시했다.

서울 중구 정동에 위치한 덕수초교는 이날 5교시 수업이 예정된 1~3학년과 6교시 수업을 실시하는 4~6학년 모두 4교시 수업을 마치고 정오에 귀가시켰다.

학교 관계자는 "어린 학생들이 촛불시위의 혼잡을 피해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도록 학부모들에게 통보하고 단축수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편 한달 이상 지속되고 있는 촛불시위로 서울 도심 주요 통행로가 연일 통제되면서 교통상황에 대한 정보수요가 폭증, 실시간 교통정보를 알려주는 경찰 교통정보 사이트가 결국 마비됐다.

서울경찰청 종합교통정보센터 홈페이지(www.spatic.go.kr)는 촛불시위가 본격화된 지난달 중순부터 사용자가 늘어나기 시작해 이날 오후에는 사이트 접속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홈페이지 이용자들은 폐쇄회로TV를 통해 도로 구간별 상황을 직접 확인하려는 시민들로, 경찰은 초기 화면에 접속속도 저하를 알리는 팝업창을 띄워 놓고 사이트 접속속도 개선작업을 벌이고 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지난달 촛불시위대가 거리에 나온 뒤로 교통상황을 알아 보려는 사람들의 홈피 방문이 크게 늘어났다"며 "내부에서도 자료를 다운받는 작업이 매우 더뎌 애를 먹고 있다"고 전했다.

강혜승기자 fineday@donga.com

유덕영기자 firedy@donga.com


▲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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