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재미없는 수업은 죄악… 우리는 쇼를 한다”

  • 입력 2008년 6월 10일 03시 00분


연예인보다 더 바쁜 온라인 스타 강사들

세일러문 복장을 하고 직접 작사·작곡한 노래를 올림픽공원 앞에서 목이 터져라 부른다. 다이어트는 기본, 체형교정은 필수. ‘화면발’을 잘 받기 위해 피부 관리도 빼놓지 않는다. 질문에 대한 인터넷 댓글을 신속하게 올리는 것도 이들의 중요한 임무.

이들은 누구인가? 인기 연예인보다 더 바쁜 삶을 살고 있는 온라인 스타 강사다. 온라인 강사는 학생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실력은 기본이며 깔끔한 외모와 유머를 겸비해야 한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인터넷 교육시장(e-learning)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학생들의 트렌드까지 따라잡아야 하는 스타 강사들에겐 하루 24시간은 짧다.

개성과 노력으로 이러닝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스카이에듀 황현필(34), 메가스터디 최인자(34), 배기범(30), 이투스 박정용(34) 씨로부터 ‘스타 강사로 사는 법’을 들어보자.

○ 쇼를 하라! Show!

학생들은 재미없는 수업을 죄악으로 여긴다. 양질의 콘텐츠라도 영상세대인 학생의 눈과 귀를 사로잡지 못하면 죽은 강의로 전락한다. 온라인 강사들은 ‘비주얼’과 ‘재미’가 살아있는 강의를 해야 학생들이 수업에 몰입한다고 입을 모은다.

스카이에듀 사회탐구 황현필 강사는 강의 계획을 세울 때 학생들이 폭소를 터뜨릴 수 있는 유머까지 정리해 놓는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음악, 연예인, 과자 종류에서부터 10대들이 자주 찾는 인터넷 사이트의 댓글까지 모조리 읽고 메모해 둔다. 사투리, 은어, 비속어를 양념처럼 버무려 쏟아내는 그의 강의에 학생들은 ‘잠 안 오는 인강(인터넷 강의)은 처음’이라는 후기를 남긴다.

메가스터디 과학탐구 물리 배기범 강사는 물리 문제를 공식처럼 깔끔하게 풀어주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보여주는 강의로 탈바꿈했다.

그는 구리봉과 자석을 들고 카메라 앞에서 직접 실험하거나 그림, 동영상 자료를 활용해 보여주는 설명을 한다. 물리 강의는 딱딱하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깨기 위해 개인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인터넷 카페에 막춤 동영상을 직접 제작해 올리기도 했다. 그는 “감각적이고 직관에 의존하는 학생들에겐 살아 숨쉬는 강의를 보여주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그는 5000명 수강이라는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메가스터디 고 1, 2 수리영역 매출 1위를 달리고 있는 최인자 강사는 연출의 달인이다. 모의고사 문제를 풀다가도 관련 대학수학능력시험 기출문제를 거침없이 연결시켜 즉석으로 풀어낸다.

그의 완벽한 연출은 10년 치 기출문제를 통째로 외우는 암기력과 촬영 전 4시간 동안 미리 문제를 풀어보는 꼼꼼함에서 비롯된다. 일본에서 직수입한 형광 분필과 촬영 때 따로 설치하는 조명도 연출의 일부다.

그는 1년에 한 번 수능을 앞두고 특별한 쇼를 한다. 세일러문 복장을 하고 자우림의 ‘하하하쏭’을 부르기도 하고 연예인을 직접 찾아가 격려 멘트를 녹음해 오기도 한다. 한복을 입고 대로에서 3시간 동안 ‘수능대박’을 외치기도 했다. 그는 “온라인 강의는 실력과 개성으로 승부하는 거대한 무대”라고 말했다.

○ ‘차별화’를 만드는 탄탄한 실력과 개발 노력이 성공열쇠

인기 있는 온라인 강의에는 ‘성적이 올랐다’는 댓글이 많이 달려 있다. 강사들은 보여주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력이 쌓이는 질 높은 강의를 만들기 위해 오랜 준비기간을 거친다. 대부분 강사는 새로운 강의를 시작할 때 최소 두 달 전부터 매주 기획회의를 하고, 매일 자신의 강의를 모니터링하며 문제점을 고쳐 나간다. 1시간 촬영을 위해 3시간 준비는 필수다. ‘어떻게 해야 더 쉽게, 100% 전달할 수 있을까’는 강사들의 공통된 고민이다.

최인자 강사는 실제 온라인 강의를 듣고 대학에 들어간 학생들을 연구 조교로 두고 매주 아이디어 회의를 한다. 반복적으로 들어오는 학생들의 질문을 철저히 분석해 촬영 때마다 설명과 예시를 바꿔 효과적인 설명방법을 찾는다.

이투스 언어영역 박정용 강사는 바쁜 시간을 쪼개 다운 받은 인기 드라마를 시청한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들로 갈등 구조를 설명하면 학생들이 더 쉽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주말에도 전공서적은 물론 교과서, 기출문제, 소설책까지 강의에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자료를 읽고 또 읽는다.

오프라인 강의가 흉내 낼 수 없는 차별화된 혜택을 개발하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배기범 강사는 빠른 피드백으로 학생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노력한다. 학생들의 질문엔 신속히 댓글을 달아주고, 진학 및 학업 관련 고민은 상세한 내용을 담아 e메일을 보낸다. 박정용 강사는 공부방향, 학습대책, 수능에 대한 전반적 해설을 담은 공개 무료 특강을 제작한다. 두 달에 한 번 수강생 100명을 무작위로 추첨해 무료 수강권을 주는 등 학생들을 위한 학습 서비스도 잊지 않는다.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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