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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6월 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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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체류자 23만명… 이주노동자 3명중 1명
《법무부는 2007년 8월 24일 국내 체류 외국인이 100만 명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한국 총인구 대비로 보면 50명에 1명꼴이다. 10년 전에 40만 명 가량의 외국인이 체류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국내 체류 외국인은 정말 급격한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이중 합법적인 장기 체류 외국인은 72만 명이며, 불법체류 노동자가 23만 명 정도다. 공부나 혼인 등의 이유로 이 땅에 온 사람을 제외한 70만 명 정도가 흔히 말하는 ‘이주 노동자’다. 이들은 대부분 한국인이 일하기 꺼리는 3D(Difficult, Dirty, Dangerous·어렵고, 더럽고, 위험한 일) 분야 제조업체에서 일한다. 》
이주 노동자들은 주로 수도권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모여 산다. 경기(30.0%) 서울(28.5%) 인천(6.0%) 등 수도권에 64.5%가 몰려 특정 지역에는 이주 노동자들의 집단 거주지가 형성되고 있다. 외국인 주민이 가장 많은 지역은 서울 영등포구로 2007년의 경우 1년 전보다 1만2400명 늘어난 2만6800명에 달했다. 경기 안산시나 화성시, 서울 구로구에서도 이주 노동자를 아주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외국의 ‘차이나 타운’이나 ‘코리아 타운’처럼 국내에도 각기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모여 사는 작은 마을들이 생겨나면서, 각국의 문화적 특색을 나타내는 등 이국적 풍경도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이주 노동자들은 ‘코리안 드림’을 꿈꾸지만 우리는 여전히 ‘단일민족 신화’를 외친다. 2007년 7월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가 “한국이 단일민족을 강조하는 것은 한국 땅에 사는 다양한 인종 간의 이해와 관용, 우호 증진에 장애가 될 수 있으므로 한국 현대사회의 다인종적 성격을 인정하고 적절한 조치를 하라”면서 ‘단일민족’이라는 국가 이미지를 극복할 것을 권고했을 정도다.
이주 노동자들 가운데는 ‘미등록 노동자’ 또는 ‘불법 체류자’라고 불리는 이들이 있다. 한국의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는 10명 중 3명꼴이다. 싱가포르나 대만의 경우 2∼7%에 불과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이런 불법 체류 노동자가 늘어나면서 한국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범죄가 늘어난다고 하여 이들을 집중 단속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불법 체류자의 인권문제를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2004년 외국인에 대한 고용허가제가 되면서 이전과 같은 임금 체불 문제나 비인간적 근로 현장 등 악조건들은 많이 개선됐다. 하지만 최소한의 인권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는 여전히 존재한다. 불의의 사고나 병이 났을 때 산재보험과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불법 체류자는 별로 없다. 현재 일과 관련하여 병이 있는 사람이 10명 중 4명 정도인데도 말이다.
그들은 왜 이렇게 고통스러운 한국을 떠나지 못하는 걸까? 고향의 가족들 때문이다. 이주 노동자들은 대부분 적게는 5명, 많게는 10명이 넘는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그들은 “이 땅에서 일하는 것만으로도 가족에게 희망이에요. 제발 관심을 가지고 우리 문제를 살펴봐 주세요. 제발 보내지 말아 주세요”라고 외친다.
2007년 서울의 한 건물 화재 사건에서 한국인 10여 명의 목숨을 구한 몽골인 이주 노동자 4명은 병원에서 몰래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잡히면 자신의 나라로 되돌아가야 하는 불법 체류자였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목숨을 구한 ‘의인(義人)’으로 인정받아 불법 체류자 딱지를 뗀 이들은 목숨을 걸고 한국인을 구한 이유를 묻자 “한국은 제2의 고향이니, 고향 사람들을 구한 것뿐인데 뭐가 그리 대단한 일이겠느냐”라고 답했다. 이제 그들의 질문에 우리가 답할 때다.
“한국에서 힘들게 일하는 우리 이주 노동자는 당신들에게 누구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