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좀 밝아진 서해교전 유족들

  • 입력 2008년 6월 6일 02시 53분


‘추모식 국가 차원 행사 격상’ 이후 처음 모여

“높아진 위상에 힘나… 잊지 않는 국민들 감사”

“아이들이 세상을 떠난 지 벌써 6년이 지났지만 해마다 6월이 되면 가슴이 아픕니다. 그래도 올해는 좀 다르겠죠.”

현충일을 하루 앞둔 5일 대전 중구 계룡스파텔에서 만난 고 서후원 중사의 아버지 서영석(55) 씨는 약간 상기된 표정이었다.

서 중사와 함께 제2연평해전(서해교전) 당시 숨진 5명의 유가족이 함께 모인 자리였다. 교통사고로 인해 몸이 불편한 고 윤영하 소령의 가족을 제외하고 11명이 함께한 것.

이명박 정부가 “서해교전을 제2연평해전으로, 또 국가 차원의 기념일로 격상시키겠다”고 발표한 뒤 제2연평해전 희생자 유가족들은 이날 공식적으로 처음 모였다.

“올해부터 국가 차원의 행사로 격상되어서 모든 해군 장병이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누가 뭐라 해도 대한민국은 6명의 장병을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최윤희 해군 소장(인사참모부장)의 인사말에 유가족들의 표정에는 착잡함과 설렘이 교차하는 듯했다.

고 박동혁 병장의 동생 박동민(26) 씨는 “지난해 ‘5년 동안 기념일을 챙겨줬으니 내년부터 가족들끼리 행사를 했으면 좋겠다’는 (노무현) 정부의 말에 얼마나 서운했는지 모른다”면서 “올해부터 달라진 위상에 다른 아버님 어머님들도 힘을 얻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6년 동안 마음고생을 함께 했던 유가족들은 이날 서로 “형님” “아버님” “어머님”이라고 편하게 부르는 등 마치 한 가족 같아 보였다.

고 황도현 중사의 아버지 황은태(61) 씨는 “자식을 잃은 슬픔도, 그동안의 마음고생도 같이 했으니 당연히 한 가족”이라며 “그래도 우리 아이들을 생각해 주고, 잊지 않고 챙겨 주는 국민이 있어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흉상제막식이 열리는 13일과 제2연평해전 기념일인 29일 다시 한자리에 모일 예정이다.

대전=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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