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포항-구미 장학기금 ‘자존심 대결’

  • 입력 2008년 6월 3일 06시 40분


“경북 제1의 도시답게 교육도 포항이다.” “경북의 대표도시인 구미가 교육의 중심이다.”

경북 포항시와 구미시가 장학기금을 둘러싸고 ‘자존심 대결’을 벌이고 있다. 평소에도 서로 기업하기 좋은 지역임을 강조해 온 이들 시가 이번에는 인재 양성 기반 조성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포항시가 지난달 300억 원 규모의 장학기금 조성을 위해 대대적인 활동에 들어가자 구미시는 목표액을 1000억 원으로 잡는 장학재단 설립에 나섰다.

다른 자치단체의 장학기금 규모가 대체로 30억∼100억 원인 데 비하면 두 지역의 규모는 매우 큰 편이다.

구미시는 최근 지역인재 육성과 교육도시 환경 조성을 위한 장학재단 설립 발기인 총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구미지역 기관단체장과 상공인, 국회의원, 지방의원, 향우회원 등 각계 대표 200여 명이 모여 의지를 다졌다.

구미시는 이달 중으로 재단 설립을 마치는 한편 조만간 조례를 만들어 올해부터 1단계(3년)로 300억 원을 모으는 한편 장기적으로 1000억 원을 조성키로 했다.

장학재단과 함께 서울의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을 위해 ‘구미학숙’도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앞서 구미시는 열성적으로 학생 교육에 앞장 선 초중고교 교사 45명을 선정해 공로패를 수여하고 방학 때는 해외연수 기회도 주기로 했다.

남유진 구미시장은 “구미는 조선시대부터 인재 배출의 산실이라는 빛나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면서 “기업도시, 산업도시로서의 위상에다 우수한 교육환경까지 뒷받침하면 구미의 경쟁력은 확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시는 지난달 초부터 재단법인 포항시장학회를 중심으로 300억 원 기금 조성에 나서고 있다.

포항시는 1991년 장학회를 설립해 최근까지 초중고교생 3900여 명에게 30억 원가량을 지급했으나 연간 평균 지급액이 2억 원 정도에 그쳐 ‘경북 1등 도시’라는 명칭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포항시의 장학기금 조성 움직임은 시청을 비롯해 각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기금조성 추진위원장인 최무도 전 포항상공회의소 회장이 1억 원을 낸 것을 비롯해 시청 직원들이 동참하고 있으며 환경미화원 300여 명도 454만 원을 보탰다.

이화언 대구은행장도 지난달 26일 포항시청 출장소에서 20억 원을 기탁했다. 이 행장은 “포항이 세계적인 경제도시로 발전하는 데는 인재 양성 분위기가 무엇보다 중요해 참여했다”고 말했다.

5월 봉급 전액을 내놓은 박승호 포항시장은 “인재 양성은 단기간에 결과가 나오지는 않지만 결국 포항을 발전시키는 든든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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