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붙는 국정개혁]<7·끝>복지정책

  • 입력 2008년 4월 26일 02시 58분


서울 구로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성범죄 예방 교육을 하고 있다. 아동 보육업무 개혁은 보건복지가족부가 역점 사업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서울 구로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성범죄 예방 교육을 하고 있다. 아동 보육업무 개혁은 보건복지가족부가 역점 사업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18대 국회에서 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함에 따라 국민연금 개혁과 의료규제 완화 등 참여정부에서 해결하지 못한 보건복지 분야 정책들이 적극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또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와 보건복지부 측의 견해가 달라 금지하기로 결정한 영리의료법인 허용 논의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개혁 상반기 시동=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국민연금에 칼을 댈 게 확실시된다. 보건복지가족부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독립시켜 전문가로 구성된 민간기구로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참여정부 때는 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두기로 결정했지만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완전 독립하는 방안이 더 유력하다. 복지부는 6월까지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직업이 바뀌면서 공무원연금이나 사학연금 등 특수연금으로 갈아탈 때 생기는 불이익을 막기 위해 공적연금 간 가입 기간을 연계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복지부는 6월 이전에 정부안을 최종 확정짓고 12월까지 특별법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다만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 통합 문제는 여러 의견이 상충하고 있는 만큼 당장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연금 개혁은 범부처의 협조하에 일사불란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연금의 형평성을 위해 공무원연금 등 특수연금 개혁이 동시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와 복지부 관계자에 따르면 공무원연금의 경우 퇴직금 제도를 신설하는 대신 국민연금과 흡사한 체계로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강보험은 현 체제 유지할 듯=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한때 논의가 됐던 ‘건강보험 지정제 폐지’는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의료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그러나 복지부 관계자는 “제도를 검토해 보니 큰 틀은 그대로 유지하고 보완하는 게 가장 현명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대신 민간의료보험은 더욱 활성화하는 쪽으로 정책을 운용할 가능성이 크다. 복지부는 공보험과 사보험 간에 질병통계를 공유할 수 있도록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개인의 의료정보 공유는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를 위해 우선 ‘공룡’ 건강보험공단에 내부 경쟁 시스템이 도입된다. 이에 따라 건보공단은 지역본부별로 예산과 인사 독립권을 보장받는 대신 성과에 따라 평가를 받게 되는 만큼 지역본부 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투자의료법인 허용될 듯=복지부는 참여정부 때 금지됐던 영리의료법인 설립을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상법상 주식회사 형태의 ‘완전 영리법인’은 허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의료의 공공성이 보장되는 수준에서 비영리법인과 주식회사의 중간 형태를 허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복지부가 검토하고 있는 가장 유력한 방안은 ‘투자의료법인’ 형태다. 이에 따라 투자자의 지분 참여가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의료법인은 모두 비영리법인이기 때문에 지분이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현행 의료법상 의료기관의 대표는 의사만이 맡을 수 있지만 투자의료법인이 추진되면 의사가 아닌 경영전문가가 최고경영자(CEO)가 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의료서비스의 특성상 공익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투자자나 지분의 일정 비율을 의사로 채우거나 투자수익금의 일부를 의료기관에 재투자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등의 ‘제한규정’을 둘 가능성이 크다.

▽해외 환자 유치 계획=복지부는 건강 검진, 질병 치료, 관광, 문화 탐방 등을 함께 묶어 해외 환자를 유치하는, 이른바 ‘메디컬 투어’를 본격 추진키로 했다. 이를 통해 2012년까지 연간 10만 명의 환자를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환자를 소개하거나 알선하는 게 금지돼 있는 현행 의료법 조항(제27조 3항)을 어떻게든 없앨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의료법 개정안을 6월 중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만약 개정 의료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이 조항만 따로 떼어내 ‘보건산업육성기본법’에 포함시켜 국회에 상정하는 복안도 갖고 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만 5세 이하 보육료 전액 지원

月199만원이하 가구까지 확대▼

만 5세 미만 아동 보육업무 개혁은 장차관이 직접 챙길 만큼 보건복지가족부의 역점 사업 가운데 하나다. 따라서 그 어느 정부보다 강력하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참여정부 당시 여성가족부에서 담당했던 보육업무는 올해 예산이 1조4200억 원, 내년 1조9000억 원이 들어가는 큰 사업이다. 지금까지 이 예산은 거의 대부분 보육시설(어린이집)에 지원됐다. 보육시설마다 기본 보조금 외에 아이 1인당 연령에 따라 수십만 원씩 지원됐다. 영아(0∼2세)의 경우 1인당 지원금은 월 최대 71만2000원에 이른다.

큰 예산이 투입됐지만 서비스 만족도는 매우 낮았다. 지나치게 보육 공급자(보육시설) 위주로 돼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복지부의 진단이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수요자 중심의 개혁을 추진키로 했다. 내년 7월부터 보육시설에 지원금을 직접 주지 않고 아이의 부모가 서비스를 이용한 만큼 비용을 시설에 지급하는 ‘전자바우처’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부모는 전자카드로 보육시설을 이용하고, 보육시설은 해당 금액만큼 금융기관에서 돈을 받게 된다.

진영주 복지부 보육재정과 과장은 “전자바우처 방식을 이용하면 보육 지원료가 투명하게 집행될 뿐 아니라 부모가 전자카드로 보육료가 얼마나 나가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자바우처가 도입되면 일부 보육시설의 반발이 예상된다.

보육료 지원 대상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의 만 5세 이하 아동에 대해서만 보육료 전액을 지원했지만 내년부터는 4인 가족 기준으로 월 소득 199만 원 이하의 도시근로자까지 대상을 확대키로 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먹을거리 갖고 ‘장난’치면 가중처벌 ▼

‘생쥐 새우깡’ ‘칼날 참치’ 등 잇따라 식품사고가 터지면서 식품안전정책은 위해식품업체 처벌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가족부는 고의적, 상습적으로 위해식품을 제조 유통 판매한 영업자에게 영업장 폐쇄와 더불어 ‘부당이득환수제’ ‘처벌형량하한제’ ‘집단소송제’ 등으로 가중 처벌하는 정책을 준비 중이다.

위해식품 판매로 부당하게 거둔 수익금을 몰수하는 ‘부당이득환수제’는 12월까지 도입될 예정이다. 식품위해사범에 대해 특정기간 이상 징역형을 살게 하는 ‘형량하한제’도 강화된다.

동일한 식품으로 여러 명이 피해를 봤을 때 누구나 대표가 돼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집단소송제’는 올해 안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이럴 경우 위해식품업체는 시장에서 퇴출될 정도로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복지부는 관련 식품위생법 개정안을 6월 말까지 임시국회에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부정, 불만식품에 대한 소비자 불만 처리 시스템도 강화된다.

소비자가 식품업체에 불만을 제기하면 식품업체는 반드시 이를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신고해야 하며, 소비자가 제시한 이물질을 의무적으로 일정기간 이상 보관해야 한다. 이를 위반한 업체는 영업 정지, 영업장 폐쇄 등의 행정조치가 내려진다.

위해식품의 우려가 클 경우 즉각 언론에 공표하고 유통·판매업자에게 해당제품 판매중지 조치가 내려진다. 위해식품임이 사실로 판정되고, 그 정도가 심하면 영업장을 폐쇄하고 긴급회수명령을 내리게 된다. 복지부는 식품위생법 개정안을 6월까지 임시국회에 제출한 후 연말까지 이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 식품 제조, 가공, 판매 단계의 정보를 관리하는 ‘식품이력추적관리제도’가 6월 20일 시작된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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