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송두율 교수 유죄선고 파기 환송

  • 입력 2008년 4월 18일 03시 21분


“외국 국적자 방북, 국보법상 탈출죄 안돼”

한국인이 외국 국적을 취득하고 외국에 살다가 북한을 방문하면 국가보안법상 탈출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64·사진) 교수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17일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송 교수가 1993년 8월 18일 독일 국적을 취득하고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 뒤 독일에 살다가 1994년 3월 북한을 방문한 행위가 탈출죄에 해당하는지가 재판의 쟁점이었다.

대법원은 송 교수가 대한민국 국민이던 1991년 5월부터 1993년 3월까지 4차례에 걸쳐 북한을 방문한 행위는 탈출죄에 해당한다고 봤다.

하지만 독일 국적을 취득한 그가 외국인 신분으로 1994년 3월 북한을 방문한 일은 탈출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의 판결은 기존 판례를 뒤집은 것이다. 그동안에는 외국에 사는 외국인이 방북해도 대한민국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해칠 위험이 있으면 탈출죄에 해당한다고 봤다.

송 교수의 1994년 3월 방북을 무죄 취지로 판단한 데는 출발지가 외국(독일)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외국인이 한국을 경유해 북한에 가거나 한국에 얼마 동안 살던 외국인이 제3국을 거쳐 북한에 가면 처벌 대상이지만 한국 영토와 무관하게 북한에 가면 처벌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송 교수를 조선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라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는 원심을 유지했다. 그가 김일성 주석을 조문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생일 축하편지를 보낸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송 교수가 ‘조선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 맞다’며 징역 7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5차례의 밀입북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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