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 주식거래로 5643억 차익… 양도세 1128억 안 내”

  • 입력 2008년 4월 17일 20시 35분


조준웅 삼성특별검사 수사팀은 17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횡령 혐의는 밝혀내지 못했다.

하지만 특검팀은 이 회장이 주식거래 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 1128억원을 포탈했다고 밝혔다. 회삿돈 횡령이라는 고전적 의미의 비자금 수사에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삼성이라는 국내 최대의 기업을 상대로 조세포탈 혐의를 밝혀낸 것만 해도 결코 작지 않은 성과라는 평가다.

특검팀은 차명계좌 주식 모두가 고 이병철 선대 회장의 유산 이라는 삼성 측의 반박 논리를 뒤집는 '역 발상'으로 조세포탈 혐의를 적용했다.

이에 대해 삼성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탈세 목적이나 의도로 차명계좌를 운용해온 것이 아니며 양도세 포탈규모가 1000억원이 넘은 것은 차명주식의 대부분인 삼성전자 주식의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라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양도세 1128억 원 포탈 혐의=특검팀이 이번 수사결과 차명계좌로 확정한 계좌는 1199개다.

이 가운데 주식 거래 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이 되는 계좌는 모두 258명 명의로 된 341개다. 차명계좌 1199개 가운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의 공소시효(7년) 안에서 1번 이상 거래가 있는 계좌들이 341개라는 뜻이다.

이 계좌들은 삼성전자 등 7개 삼성그룹 계열사 주식에 투자한 증권계좌들이다.

특검팀은 이 회장이 이 계좌들의 거래를 통해 5643억 여 원의 거래 차익을 얻었고 그에 따라 1128억 여 원의 세금을 포탈했다고 밝혔다.

전략기획실장인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 최광해 부사장은 이 회장의 차명재산을 관리한 혐의로 이 회장과 함께 기소됐다.

▽이 회장 에버랜드 사건 기소=2000년 6월 전국 법과대학 교수들이 에버랜드 사건으로 이 회장 등 33명을 기소한 뒤 7년 10개월 만에 이 회장 기소가 이뤄졌다.

이 회장은 특검팀 조사에서 "내가 지시한 것은 없다"고 지시 및 주도 의혹을 부인했지만 특검팀은 이 회장을 기소하는 쪽으로 판단했다. 전환사채 발행 및 배정과정이 그룹 회장의 승인과 그룹 비서실 재무팀의 조직적인 개입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특검팀은 △에버랜드 전환사채(CB) 발행에 불법적인 제3자 배정방식이 사용됐고 △전환사채가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발행됐다는 점을 다시 확인하고 이 회장 등을 기소했다.

특검팀은 이 과정을 주도했다고 판단한 김인주 사장, 유석렬 삼성카드 대표와 이 내용을 보고받은 이학수 부회장, 현명관 전 비서실장도 이 회장과 함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했다.

▽삼성SDS 사건도 경영권 불법 승계=특검팀이 이 회장을 삼성SDS 사건의 배임 혐의로 기소한 것은 '발상의 전환'으로 받아들여진다. 삼성SDS 사건은 1999년 11월 17일 이후 2차례나 검찰에 고소되었으나 무혐의 처분이 나왔고, 헌법소원 청구도 기각된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SDS 사건 역시 에버랜드 사건과 비슷한 얼개다. 아버지인 이 회장이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에게 그룹 경영권을 넘겨주기 위해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싼 값에 발행하고 이를 이재용 전무 등에게 인수하게 했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이 회장과 함께 기소된 김인주 사장과 관재파트 담당자였던 고 박재중 전무가 당시 비상장법인인 삼성SDS의 재무상태와 향후 전망을 분석한 것으로 확인했다. 그 결과 이재용 전무 등이 사채를 인수하면 시세차익이나 상장 차익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의도적으로 싼 값에 발행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관련 내용을 보고받고 이 과정에 동참한 것으로 보고 이학수 부회장도 함께 기소했다. 김홍기 전 삼성SDS 대표와 박주원 전 경영지원실장도 공모한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삼성화재 '유일한' 비자금=특검팀은 비자금 조성에 대한 책임을 물어 황태선 사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불구속기소했고 김승언 전무는 증거인멸과 특검법상 직무수행방해혐의로 기소했다.

황 사장은 1999년부터 2002년 사이 미지급 보험금을 지점에 내려준 것처럼 회계장부를 조작하게 하고 실제로는 차명계좌를 이용해 9800만 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다.

전지성기자 verso@donga.com

최우열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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