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독학의 힘!

  • 입력 2008년 4월 8일 02시 53분


《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해 하버드대 입시에 사상 최대인원인 2만7462명이 지원해 1948명만 합격했다고 밝혔다. 합격률은 7.1%로 지난해 8.9%보다 낮았다. ‘베이비 붐’으로 학령인구가 늘면서 미국 대학에서 사상 최대의 입시경쟁이 벌어지고 있어 외국인이 입학하기는 더욱 까다로워졌다. 최근 미국 대학의 2008학년도 정시모집 합격자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국내에서 미국 대학 입학준비를 통해 합격증을 받아낸 우수 학생들의 경험담을 통해 성공적인 유학준비법을 살펴본다.》

학원에 다닌 적도 없다

과외를 받은 적도 없다

그런데도 美명문대 합격

■ 프린스턴대 합격 박유진 씨

美교과서 등 구입해 혼자 AP 준비

국제전화 회화로 실전영어 익혔죠

“학원에서 요약해주는 자료로 공부하는 방식은 깊이가 없어요. 혼자 공부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이화외국어고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미국 프린스턴대 2008학년도 정시모집에 합격한 박유진(19) 씨는 공부는 물론 예능까지 못하는 것이 없는 ‘팔방미인’이다.

박 씨는 내신이 불리한 외고에서도 학교 공부를 소홀히 하지 않은 덕분에 올해 수석 졸업이라는 영광과 내신성적 (GPA) 만점이라는 성과를 얻었다.

미국대학수학능력시험(SAT)도 2400점 만점에 2300점을 받았다. 대학에서 사회과학을 공부하는 데 기본을 닦기 위해 전략적으로 선택한 대학과목선이수제도(AP) 과목 4개도 모두 만점을 받았다.

놀라운 것은 이 모든 성과가 학원이나 사교육과 무관한 독학의 결과라는 점.

“수업 시간에는 학교 공부에 치중했고,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는 유학 준비에 몰두했습니다. 과외나 학원에서 요약해 가르쳐 주는 것을 싫어해서 혼자 공부하는 습관을 길렀습니다.”

박 씨는 SAT의 경우 시중 모의고사집을 반복해서 꼼꼼히 풀었고, 학교 선배와 인터넷 유학 사이트 등의 조언에 귀를 기울였다.

AP 역시 세계사, 미시경제, 통계학, 미적분 등 하나같이 만만치 않은 과목이었지만 미국 고교 교과서를 사서 찬찬히 읽어가면서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했다.

박 씨는 중학교 때부터 시작한 중국어 공부에 재미를 붙여 외고에서 중국어를 전공했다. 중국어뿐만 아니라 영어도 유창한 박 씨의 어학 공부 비결은 역시 독서와 토론.

2002년 부모님을 따라 1년간 호주에 살던 때 박 씨는 ‘외국에 있는 동안 영어 책 50권을 읽어보자’는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켰다.

박 씨는 “처음에는 영어가 서툴러 학교생활이 힘들었지만 영어책을 많이 읽은 덕분에 곧 적응했다”고 말했다.

박 씨는 한국에 돌아온 후 독특한 방법으로 영어 공부를 계속했다. 호주의 친구들을 통해 사람들을 소개 받아 일주일에 2번, 한두 시간씩 국제전화로 통화하며 영어 실력을 연마했다.

그는 “중학교 때는 대학생과, 고교 때는 대학원생 또는 교사와 꾸준히 전화 통화를 했다”면서 “미리 책이나 주제를 정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다 보니 영어는 물론 상식까지 늘었다”고 말했다.

박 씨는 교내 오케스트라의 플루트 제1주자이자 합창단의 소프라노를 할 만큼 팔방미인이다. 학교에서 토론클럽을 만들고 댄스동아리 리더를 할 만큼 활동적인 경력도 명문대 진학의 비결로 꼽힌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 컬럼비아대 합격 강준호 군

생물 - 물리가 좋아 2년간 실험

국제학술대회서 논문 발표했죠

“관심 분야에 대한 꾸준한 연구로 원하는 대학에 진학했어요.”

올해 2월 한국과학영재학교를 졸업한 강준호(18) 군은 생물학과 물리학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연구한 끝에 국제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했고, 이 결과를 인정받아 미국 컬럼비아대 자연과학대학과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에 합격했다.

강 군이 연구한 주제는 동식물이 생명활동으로 인해 특정 강도의 빛을 내는데 수분이 감소하면 이 빛이 일정한 변화를 보인다는 것.

영재학교 2학년 때인 2006년부터 1000여 장의 장미 잎으로 실험을 거듭한 그는 잎이 말라가면서 빛이 잠깐 동안 강해졌다가 다시 약해지는 현상을 발견했고 이를 올해 1월 한국물리학회가 펴내는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 학술지인 ‘Journal of Korean Physical Society’에 발표했다.

학계는 이 연구결과를 이용해 식품의 부패시기와 유통기한 등을 측정할 수 있고, 범죄 수사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강 군은 강원 원주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녔고, 중학교 2학년을 마치고 과학영재학교에 조기 입학했다. 어려서부터 과학 학습만화에 빠져 지낸 그는 방과 후엔 집 근처 산으로 친구들과 놀러 다니며 식물과 곤충들을 관찰했고, 이를 통해 물리학과 생물학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

그는 “자연 현상에 대한 호기심은 많았지만 과학영재학교에 가기 위해 사교육을 받은 적은 없다”며 “항상 모든 자연 현상을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보는 연습을 했다”고 말했다 .

교수인 아버지를 따라 초등학교 1학년 때 1년간 미국을 다녀온 뒤로 영어 연습도 열심히 했다.

이런 영어 실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9월 영국 배스대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해 교수들 앞에서 직접 자신의 논문을 설명하고 질의응답을 하기도 했다.

올해 KAIST에 입학한 강 군은 컬럼비아대의 ‘라비 장학프로그램’에 선발돼 9월 입학할 예정이다.

1944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이지도어 아이작 라비 교수를 기념해 만든 이 프로그램은 매년 과학 분야 입학생 1000여 명 가운데 상위 1%(10명)의 뛰어난 재능을 지닌 과학도들에게 학부 시절부터 깊이 있는 연구기회를 제공한다.

이 프로그램에 선발된 학생은 4년간 연구비와 기숙사비를 지원받고, 원하는 때에 특별지도 교수를 배정받아 교내 연구진과 함께 실험 및 논문작성에 참여할 수 있다.

강 군은 “물리학과 생물학을 결합해 실생활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싶다”며 “영재학교에서 국가의 도움으로 공부한 만큼 국가에 보답하는 과학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