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노숙자 112명 꾀어 ‘노예매매’

  • 입력 2008년 3월 13일 03시 03분


정보지에 “고수익” 광고… 어선-염전에 팔아

소개비 등 1억4000만원 챙긴 일당 4명 적발

장애인과 노숙자를 꾀어 노예선과 염전에 팔아넘긴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부산 해양경찰서는 12일 생활정보지 광고를 보고 찾아온 장애인과 범죄 수배자를 어선에 팔아넘긴 혐의(직업안정법 위반)로 황모(50) 씨를 구속하고 최모(45) 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황 씨 등은 2006년 초순에 월수입 200만∼400만 원 보장, 선원 모집이라는 내용의 생활정보지 광고를 보고 찾아온 정신지체 2급 장애인 권모(28) 씨에게 술을 사주고 윤락녀와 성관계를 갖게 한 뒤 외상값 100만 원을 갚도록 새우잡이 어선에 팔아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권 씨가 선상 생활을 견디지 못해 이틀 만에 탈출하려 하자 같은 수법으로 300만 원의 빚을 더 지게 했다.

또 휴대전화를 강매해 도주에 대비한 추적에 활용하고 금액이 없는 차용증에 강제로 서명토록 해서 탈출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폭력 혐의로 수배 중이던 김모(38) 씨 등 수배자 4명도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황 씨를 찾아갔다가 지난해부터 낙도의 염전과 새우잡이 배에서 강제 노동에 시달렸다.

황 씨 등은 2005년부터 최근까지 정신지체 장애인과 범죄 수배자, 전과자, 노숙자, 실직자 등 112명을 전남 신안, 진도, 완도군 일대 새우잡이 어선과 염전, 양식장에 넘기고 소개비와 외상값 명목으로 1억4000만 원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부산해경은 지난해에도 황 씨와 똑같은 수법으로 장애인과 폐암 말기 환자, 노숙자 등 443명을 낙도지역 어선과 양식장에 팔아넘긴 5명을 구속했다.

해경 관계자는 “새우잡이 배에 갇힌 선원은 6개월가량 바다에서 머물며 살인적인 노동 강도를 견뎌야 했다”며 “강력한 단속에도 선원 인력난이 심해 인신매매가 자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해경은 달아난 공범 2명을 뒤쫓고 있다. 또 낙도지역 선원과 인부를 상대로 인신매매 실태 조사를 벌이는 등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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