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평생 모은 5000만원 돈없는 환자 위해…”

  • 입력 2008년 1월 29일 06시 26분


돌보는 자식도 없이 혼자 살아가는 70대 할머니가 평생 모은 전 재산을 인천의 한 병원에 기탁하기로 해 따뜻함을 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인천 부평구 부평2동에 사는 유연숙(74·사진) 할머니.

유 할머니는 최근 부평성모자애병원에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주민들의 질병 치료를 위해 써 달라며 5000만 원을 사후(死後) 기탁하겠다고 서약했다.

광복 이후 고향인 황해도를 떠나 남한으로 내려온 그는 어린 시절을 서울의 외가에서 보내다 1953년 인천에 정착했다.

결혼하지 않아 슬하에 자식이 없는 그는 현재 폐질환과 천식 당뇨 백내장 등을 앓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아픈 몸을 이끌고 부평가족공원에서 묘지를 관리하고, 동네에서 빈병과 종이를 주워 가며 차곡차곡 돈을 모았다.

재산 기탁 서약 소식을 전해들은 주변에서는 재산을 할머니의 질병 치료에 쓸 것을 권유했지만 그는 “내가 앞으로 살면 얼마나 더 살겠느냐”며 결심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이날 재산 기탁과 함께 의학 발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며 병원에 사후 시신 기증도 약속했다.

그는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서러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많은 돈은 아니지만 생활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이 치료를 받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