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힘겨운 병 수발, 가족의 사랑이 묘약”

  • 입력 2007년 11월 29일 06시 33분


“모든 가족의 이해와 보살핌이 없으면 산다는 것 자체가 고문입니다.”

“몇 년 동안 병 수발하면서 남모르게 흘린 눈물만도 몇 말은 될 겁니다.”

부산 남구보건소는 28일 오후 남구청 대강당에서 치매 환자 가족 및 독거노인 생활지도사, 각 구군의 치매 담당자 등 3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치매 가족 모임과 수기 발표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치매 환자는 물론 가족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정보를 제공하여 치매를 예방해 보자는 뜻에서 마련된 것.

수기 발표회에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내놓기를 꺼렸으나 “치매로 고생하는 다른 환자와 가족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자”는 보건소 측의 설득으로 4명이 발표에 나섰다.

치매에 걸린 장모를 7년 동안 모시고 살고 있는 김모(52) 씨는 “외할머니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식들을 설득시키는 일이 제일 어려웠다”며 “하루도 거르지 않고 대소변을 받아 내는 나의 모습을 보고 자식들도 이해하더라”고 경험담을 소개했다.

85세가 되는 시아버지를 10여 년 동안 수발하고 있는 며느리 정모(55) 씨는 “치매 환자 수발은 가족 모두가 매달려야 하는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애기처럼 돌봐 주고 같이 놀아 주고 보살피는 가족의 사랑이 제일 필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최근 돌아가신 시어머니 이야기를 발표한 이모(50) 씨는 “몇 년 전 치매로 길을 잃은 시어머니를 아무 연고도 없는 연산동의 가구점 사장이 며칠 동안 자신의 집에서 모시고 있어 찾을 수 있었다”며 “조금 더 참고 잘해 주었더라면 하는 후회가 된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모(48·여) 씨는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모시는 것이 큰 짐이었지만 치매전문보호센터의 도움으로 서로 힘겨운 시간을 잘 극복해 나가고 있다”며 치매 환자가 있는 가족들에게 전문가의 손길을 이용해 볼 것을 권했다.

수기 발표에 이어 부산여성문화회관 무용예술단의 한국무용과 ‘김 할머니의 고민’이란 치매 가족 심리극도 이어졌다.

치매 발견 간이검사와 상담을 하고 있는 남구보건소 치매상담센터는 2005년부터 발표된 치매 가족 이야기와 치매 관련 기관 등을 실은 ‘치매가족 수기집’ 280부를 만들어 참석자들에게 나눠 줬다.

조용휘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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