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42년전 마음의 빚 이제 갚습니다”

  • 입력 2007년 11월 16일 06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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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승열 할머니 전주 예수병원에 1000만원 쾌척

“42년 전에 진 빚을 이제야 갚으러 왔습니다.”

전주 예수병원 원장실에 15일 빛바랜 종이 한 장을 손에 쥔 70대 할머니가 찾아왔다.

전북 익산시 마동 은실교회의 안승열(70·여·사진) 목사가 42년 전 자신을 무료로 치료해 준 병원에 뒤늦게나마 치료비를 갚고 감사의 인사를 전하러 온 것.

안 목사가 소중히 간직해 온 오래된 진찰권에는 ‘안월순(안목사의 당시 이름), 28세. 발행일 1965년 12월 11일’이라는 글씨가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부모를 일찍 여읜 안 목사는 배가 자주 아팠지만 어려운 형편 때문에 병원에 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고통을 참고 지내왔다. 그러다 결국 장이 파열돼 예수병원 응급실로 실려 왔다.

인공 항문을 만드는 등 3개월간 큰 수술을 3번이나 받아야 했다. 다행히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 파열됐던 대장은 정상적인 위치를 찾았고 안 목사는 다시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새 삶을 얻게 된 안 목사는 이후 교회에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등록금을 챙겨주고 글을 모르는 할머니를 위한 한글학교를 여는 등 이웃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

안 목사는 ‘더 늦기 전에 외상값을 갚자’는 생각에 병원을 찾아 김민철 병원장에게 1000만 원권 수표가 든 봉투를 건넸다.

“당시에는 치료비가 얼마였는지 감히 물어보지도 못했습니다. 세상 물정도 몰랐던 내가 생사의 갈림길에 있을 때 무료로 모든 치료를 해준 병원이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병원 측은 다음 달 안 목사의 종합건강 검진을 무료로 해주기로 했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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