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특검 발의]검찰 “불쾌하지만 우리를 안 믿어주니…”

  • 입력 2007년 11월 14일 20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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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민주신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이 14일 '삼성 비자금 특검' 법안을 발의하자 검찰은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향후 특검 수사가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런 상황에서 정상명 검찰총장이 특검 도입의 단초를 제공한 김용철 변호사의 이른바 '떡값 검사' 명단 공개 방식을 정면으로 비판해 '떡값' 파문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차라리 잘 됐다" VS "검찰이 부패집단이냐"=특검 도입에 대한 검찰 내 반응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검찰의 한 고위 간부는 "특검이 도입되는 것은 매우 불쾌한 일이지만 검찰총장 내정자에 대한 의혹까지 제기된 마당에 검찰의 입지는 매우 좁다"며 "차라리 특검에서 수사하는 것이 국민들이 보기에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중견 검사도 "수사결과의 신뢰를 위해서는 특별검사로 가는 게 옳다"면서도 "하지만 그동안 검찰이 수사해 온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사건은 기존 수사팀이 마무리하는 게 좋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대다수의 일선 검사들은 안타까운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재경 지검의 한 검사는 "검찰이 수사를 못하게 되면 결국 근거 없는 폭로 때문에 검찰 전체가 부패집단으로 매도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한 부장검사는 "특검이 수사를 한다고 해도 김 변호사나 김 변호사를 지지하는 세력이 원치 않는 수사 결과가 나오면 그 땐 특검이 로비를 받았다고 하지 않겠느냐"라고 지적했다.

특검 법안이 발의되면서 진행 중인 검찰의 수사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오광수)는 전날 고발인 측인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에 전화로 출석을 요청했으나 불응함에 따라 이날 "서면으로 출석을 요청하겠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고발인 측이 검찰에 출석할 가능성은 낮다.

▽정 총장 "누굴 위한 명단 공개냐"=23일 퇴임하는 정 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임채진 검찰총장 내정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두고 김 변호사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을 통해 임 내정자 등 검찰 전·현직 최고위간부 3명을 '떡값 검사'로 지목한 데 대해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정 총장은 "차라리 차기 검찰총장이 내정돼 검증하자는 것이면 모를까. 그동안 명단을 안 내놓다가 (청문회를) 하루 앞두고 무슨 짓이냐"며 "이게 누굴 위한 것이냐"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김 변호사가 (서울중앙지검에 삼성비자금 의혹 사건을 배당하기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모 과장에게 수사를 맡기라고 요구했다"며 "(사건 배당 이후 김 변호사가 이귀남 대검 중수부장이 '떡값' 검사 명단에 있다고 발표했으므로) 내가 만약 중수부에 맡겼다면 이 중수부장이나 중수과장이 그만둬야 할 것 아니냐"고도 했다.

정 총장은 "검찰도 잘못한 게 많이 있고 지금 일어나는 현상은 사필귀정이 아니겠느냐"면서도 "가장 중요한 건 실체적 진실이 뭔지 밝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지성기자 verso@donga.com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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