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중국항만 뛰는데… 인천항만 긴다

  • 입력 2007년 11월 14일 07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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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항만을 보니 일단 기가 죽을 수밖에 없다. 미래 물류산업의 동력인 항만시설에 대한 투자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국가 경쟁력 또한 영영 뒤처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7∼10일 홍콩, 선전(深(수,천)), 광저우(廣州) 등 중국의 주요 항만을 돌아본 인천지역 각계 인사 200여 명이 성장을 거듭하는 중국 항만에 대해 부러움을 나타냈다.

중국 항만 시찰이 새얼문화재단, 인천항발전협의회, 인천항만물류협회, 한국도선사협회 주최로 지난해 2월에 이어 두 번째 진행됐다.

인천항의 경우 부두 접안능력과 하역 효율성이 이들 선진 항만에 비해 크게 뒤지고 있는 데다 첨단 항만시설을 위한 확충 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는 상태다.

○ 세계 일류 항만의 현주소

8일 선전의 9개 항만 중 최첨단 컨테이너 처리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옌톈(鹽田)국제컨테이너터미널.

세계 1위 컨테이너항만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홍콩항을 바짝 추격하고 있는 이 터미널은 최첨단 물류센터와 세계 최대 규모의 화물선이 접안할 수 있는 부두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1994년 중국에서 처음으로 외국자본을 도입해 개장한 이래 연간 1만3000만 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 처리하다 12년 후인 지난해 886만500TEU로 늘었다.

옌톈을 포함한 선전 항의 9개 항만에서는 지난해 총 1846만8000TEU를 처리해 세계 4대 컨테이너항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인천항은 137만7000TEU에 불과해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다. 연간 300만∼700만 TEU를 처리하고 있는 칭다오(靑島), 톈진(天津), 다롄(大連) 등 중국 동북쪽 항만에 비해서도 뒤처지고 있다.

옌톈 항은 화물선의 대형화 추세에 맞춰 세계 최대의 접안시설을 계속 증설하고 있으며 부두마다 첨단 하역장비인 ‘겐트리크레인’을 설치해 놓고 있다.

세계 최대 화물선인 1만2000TEU급 머스크라인호가 올 초 옌톈항을 세계 첫 기항지로 삼아 입항한 것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었다.

인천항은 50여 곳의 접안시설(선석) 중 4곳에서만 겐트리크레인을 설치했고 최대 3000TEU급의 화물선만이 입항할 수 있는 부두시설과 수심을 갖추고 있다.

이에 따라 옌톈 항은 컨테이너를 시간당 40개가량 처리할 수 있지만 인천항은 20개 처리에 불과해 하역 효율성이 매우 낮다.

○ 인천항의 ‘거북이걸음’ 투자

인천항도 대형 화물선이 입항할 수 있도록 수심 14∼16m의 송도국제도시 신항만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천항 내항과 남항 일대에서 컨테이너 처리 시설을 확충한다 해도 연간 300만 TEU 정도의 컨테이너를 소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늦어도 2011년까지 6선석 규모의 컨테이너부두를 신항만에 조성할 계획이다.

인천시와 인천항만공사는 외자와 국내 자본 1조1789억 원을 유치해 컨테이너 부두와 배후단지를 건설하는 사업을 2005년부터 본격화했지만 정부 투자분이 확정되지 않아 2년 이상 지체하고 있다.

정부가 최근 신항 건설 기본계획을 승인한 데 이어 접속도로 등 정부 지원 규모를 확정해 내년부터 개발사업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인천항만공사는 민자 유치보다는 채권 발행 등을 통한 자체 사업으로 신항만 건설을 내년 상반기 중에 착수하기로 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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