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어민 교사 채용시스템 구멍 충격

  • 동아일보
  • 입력 2007년 10월 17일 03시 17분


국제형사기구(인터폴)가 전 세계에 공개 수배한 어린이 성추행 용의자가 최근까지 국내에서 교사로 재직한 것으로 16일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원어민 강사에 대한 검증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버젓이 원어민 강사 근무=경찰과 외신에 따르면 캐나다 국적의 어린이 성추행 용의자 크리스토퍼 폴 닐(32)은 8월 14일 밴쿠버를 출발해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최근까지 광주의 한 학교에서 영어 교사로 근무했다.

닐은 이 학교 교사로 취직하기 위해 필요한 E7비자를 받고 입국했으며 학교 측과 8월 15일부터 1년 동안 근무하기로 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학교 학생 등에 따르면 그는 학교에서 사회(Social Study)와 말하기(Speech), 언어(Language Art)를 가르쳤으며 학급 담임을 맡았다.

하지만 학교 측은 용의자가 근무했는지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닐이 필명으로 글을 올린 국내취업 외국인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에 따르면 그는 2000년 처음 한국에 왔으며 최근까지 수시로 한국을 드나들며 4년 반 이상 체류했다.

캐나다 소재 대학 학사학위 소지자로 알려진 그는 서울과 경기 성남시 분당 등에서 영어학원 강사와 고등학교 원어민교사로 일했다고 한다.

닐은 성추행을 저지른 기간 전후인 2004년 초에도 한국에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베트남과 캄보디아 등에서 남자 아이들을 성추행한 것으로 확인된 기간은 2002∼2004년이다. 경찰 관계자는 “성추행을 저지른 기간에 닐이 한국에 머무르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11일 오후 닐의 직장과 주거지를 파악했다. 하지만 몇 시간 전 그는 짐도 꾸리지 않은 채 인천공항을 통해 방콕으로 도피했다. 경찰이 태국 경찰에 이 사실을 통보한 시점에 닐은 이미 방콕국제공항을 빠져 나가 잠적해버렸다.

▽구멍 뚫린 원어민 강사 관리=이번 사건으로 원어민 강사에 대한 허술한 검증 체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닐뿐만 아니라 지난해 8월에도 미국에서 6세 소녀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검거된 미국인(41)이 한국에서 영어 강사로 일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준 일이 있다.

현재로선 원어민 강사들이 자국에서 성범죄 등을 저질렀다고 해도 국내에선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교사로 일할 수 있는 것이 문제다.

법무부 관계자는 “해당 국가에서 범죄 자료를 넘겨주지도 않고 정보 공유도 안 되기 때문에 검증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어린이 청소년 등을 가르치는 강사와 교사의 취업비자는 더 엄격한 심사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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