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논술상담실]주요 평가 대상은 아니지만 계속…

  • 입력 2007년 10월 1일 03시 01분


■맞춤법-띄어쓰기-원고지 사용법도 채점하나요?

[질문1]

저는 2학기 수시 시험을 앞둔 고3 학생입니다. 맞춤법이나 띄어쓰기에 자신이 없습니다. 원고지 사용법도 잘 몰라서 모호할 때가 많습니다. 이런 부분이 실제 논술 답안을 채점할 때 큰 비중을 차지하나요?

[답변]

설명회나 특강에서 학생들을 만나면 흔히 하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는 원칙적으로 글쓰기의 기본에 해당하므로 최대한 정확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원고지 사용법도 제대로 지키며 써야 합니다. 그러나 실제 논술답안을 채점할 때는 대부분의 대학에서 이 부분들을 주요한 평가 대상으로 보지 않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대입 논술 시험의 주된 목표는 대학에서 공부하는 데 필요한 사고력을 평가하는 것입니다. 글이나 자료를 분석적으로 이해한 다음, 비판적으로 평가하여 받아들이고, 이를 문제 해결을 위해 창의적으로 응용할 수 있는가를 보는 것입니다. 물론 논리적 표현 능력도 기본적 요소로 평가합니다. 띄어쓰기와 맞춤법은 표현 능력과 관련하여 평가되는 대상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여기서도 주된 요소는 아닙니다. 얼마나 논리적이고 논증적인 구성을 할 수 있는가가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서울대 논술고사 평가 기준표를 보면 평가 기준이 네 영역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네 영역은 △이해분석력(20) △논증력(30) △창의력(40) △표현력(10)입니다. 띄어쓰기 맞춤법은 표현력에 포함되고, 그것도 표현력의 일부에 불과하므로 전체 배점에서 극히 일부만 차지하게 됩니다. 따라서 주요한 평가대상이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

둘째, 실제로 채점 과정상 띄어쓰기나 맞춤법을 세밀하게 평가할 시간적 여유가 없습니다. 채점기간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주어진 시간 안에 좀 더 정확하고 공정하게 평가를 하려면 주요 평가 영역에 주력해서 평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2학기 수시의 경우에는 복수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상위권 대학들은 경쟁률이 높아지고 많은 학생이 논술시험에 응시합니다. 따라서 채점할 때 띄어쓰기나 맞춤법을 하나하나 체크하여 감점하고 합계를 낼 만한 시간적 여유를 갖기가 어려운 것이 대부분 대학의 현실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띄어쓰기나 맞춤법에 대한 감점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오해해서는 곤란합니다. 분명히 평가항목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터무니없는 오류를 범하거나 지속적으로 틀릴 경우, 눈에 거슬려서 감점을 받게 됩니다. 이럴 경우, 다른 답안과의 상대평가에서 내용의 수준이 비슷해도 불리한 평가를 받게 되므로 최대한 띄어쓰기나 맞춤법을 지키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대학에 따라서는, 특히 중위권 대학 중에는 띄어쓰기, 맞춤법, 원고지 사용법 같은 기본 요소를 더 비중 있게 평가하는 곳도 있습니다.

띄어쓰기, 맞춤법, 원고지 사용법의 문제는 상대적으로 사소한 감점에 그치지만 논리적 구성이나 내용 면에서 문제가 있을 경우 치명적인 감점을 당할 수 있으므로 더 비중 있는 영역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전 대입 논술의 경우 치명적 감점을 당하지 않는 것이 득점을 높이는 주요방법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시간적 여유가 없으니 띄어쓰기나 맞춤법은 현재 실력으로 대응하며 논리적 구성과 창의적 적용에 더 신경을 쓰는 것이 좋겠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이하의 학생들은 이 기회에 띄어쓰기와 맞춤법에서 모호한 점들을 한번 정리해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사실 띄어쓰기나 맞춤법은 중학교 때 완성해야 합니다. 중학생들은 섣불리 대입 논술을 흉내 내서 공부하기보다 이런 기초 영역의 실력을 다지는 데에 주력하기 바랍니다. 원고지 사용법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학이 원고지를 답안지로 주는 이유는 띄어쓰기, 맞춤법, 원고지 사용법을 주로 보려는 것이 아닙니다. 답안의 분량을 제한했을 경우, 학생도 분량을 맞추어야 하고 채점자도 분량이 맞았는지를 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답안 분량을 제한하지 않는 대학은 대체로 원고지 양식이 아니라 노트와 같이 밑줄만 그어진 답안지를 줍니다. 따라서 원고지를 답안지로 받았을 경우에는 띄어쓰기, 맞춤법, 원고지 사용법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답안 분량을 맞추는 데에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요구하는 분량에 못 미치거나 초과하면 감점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원고지 사용법은 비교적 간단하므로 기본적인 사항을 지키며 작성해야 하는 것이 좋다는 점은 기억하기 바랍니다.

[질문2]

논술 시험은 필기구를 가지고 직접 글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제 친구들을 보면 대부분 악필이며,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체로 컴퓨터 자판을 많이 이용하다 보니 직접 글 쓸 기회가 줄어서 생긴 현상입니다. 글씨체가 좋지 않으면 불이익을 당하게 되나요?

[답변]

전혀 영향이 없을 수는 없겠지요. 물론 채점자들은 글의 내용을 평가해야지 글씨체 때문에 학생에게 불이익을 주면 안 된다고 생각하며 채점을 합니다. 따라서 글씨체가 점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채점자도 인간인지라 적지 않은 장수의 답안을 채점하다 보면 본인도 모르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꼭 글씨체가 예뻐야만 좋은 점수를 받는 것도 아닙니다. 농담 반 섞어 말하면 너무 예쁘고 또박또박한 글씨체는 잘못된 부분을 잘 보게 하는 부작용을 낳을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글씨가 무슨 말인지 정확하게 판독할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판독이 힘든 예술적 글씨체를 가진 학생은 하루 빨리 생활인으로 복귀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수험생들은 남은 기간, 최소한 논술 시험을 치르기 한 달 전부터는 이상이 없는 글씨체가 되도록 연습해야 합니다. 그래야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을 것입니다.

박정하 성균관대 학부대학 교수·의사소통교육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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