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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8월 1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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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민사26부(부장판사 강영호)는 2004년 경남 밀양시에서 발생한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인 A 양 자매와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는 A 양 자매 측에 5000만 원을 물어주라”며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A 양 자매와 가족들은 소송에서 “경찰관의 모욕적인 발언으로 인권을 침해당하고 정신적 피해도 보았다”고 주장했다.
2004년 당시 여중생이던 A 양 자매는 밀양 지역 고교생들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한 뒤 같은 해 12월 울산 남부경찰서에서 피해자 조사를 받을 때 B 경장에게서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 B 경장은 A 양 자매에게 “내 고향이 밀양인데 너희들이 밀양 ‘물’을 다 흐려 놨다. 밀양을 이끌어 갈 애들(남학생 피의자들)이 다 잡혀 왔는데 이제 어떻게 할 거냐”며 “내 딸이 너희들처럼 될까봐 겁이 난다”고 말한 것.
당시 경찰은 A 양 자매에게 가해자로 의심되는 41명의 남학생 얼굴을 확인하게 하면서 피해자와 가해 학생들을 분리하지 않고 직접 대면하도록 했다. A 양 자매를 보복 범죄의 위험에 노출시킨 것.
또 이 경찰서 소속 경찰관 4명은 노래방에서 도우미 여성 4명에게 A 양 자매의 이름과 성폭행 피해 사실을 말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가 미성년자일 때는 피해자에 대한 보호가 더욱 필요한데도 경찰은 A 양 자매에게 모욕감과 수치심을 주는 말을 해 정신적 고통을 줬다”며 “특히 경찰은 A 양 자매를 남학생 피의자들과 직접 대면하게 해 피해자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도 위반했다”고 밝혔다.
당시 이 사건이 논란이 되자 경찰은 자체 감찰을 통해 B 경장 등 경찰관 5명 중 3명에게는 견책, 나머지 2명에게는 각각 정직과 감봉 1개월의 징계 처분을 내렸으나 ‘솜방망이’ 징계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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