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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8월 1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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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들이 남극으로 떠나기 전 ‘생존 훈련’을 받게 된 것은 2004년부터. 이전에는 남극 현지에서 자체 훈련을 해왔지만 2003년 12월 전재규 대원이 실종된 동료를 찾아 나섰다가 바다에 빠져 숨진 뒤 극지연구소는 해군과 해경 특공대에 훈련을 의뢰했다.
고무보트 운용술과 해상 생존법은 특히 대원들의 생명과 직결되는 중요한 훈련이다. 남극에서 야외 조사를 할 때 주요 교통수단이 바로 고무보트이기 때문이다.
파도를 헤치며 1km 떨어진 갯벌에 가까스로 도착한 대원들은 발이 푹푹 빠지는 갯벌에서 모두 어깨동무를 한 채 포복훈련을 시작했다.
이날 오전 특공대 훈련장에서 2시간 넘게 받은 혹독한 유격훈련 때문일까. 힘에 겨운 듯 일부 대원의 입에선 신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미 얼굴은 흐르는 땀방울과 빗물, 진흙으로 뒤범벅이 됐다. 정 팀장은 훈련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기상 변화가 극심한 남극 바다에서는 어떤 사고가 닥칠지 모릅니다. 대원 모두가 한몸이라는 생각으로 1년을 살아가야 합니다.”
잠시 휴식시간이 찾아왔다. 10분이나 됐을까. 갯벌 바닥에 주저앉은 대원들을 향해 정 팀장은 집합 호각을 불었다.
“이제 고무보트는 없습니다. 입고 있는 구명조끼에 의존해 수영해서 아까 출발했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야 합니다. 입수(入水)!”
대원들은 일제히 바다로 뛰어들었다. 헤엄을 치지 못하는 대원과 수영에 능숙한 대원들이 한 조가 돼 서로 도우며 40분간 파도와 싸운 끝에 전원 부두에 도착했다.
이창주(47·경정) 특공대장은 “훈련 기간이 6일로 짧은 만큼 체력보다는 공동체 의식과 강한 정신력을 길러주기 위한 프로그램 위주로 훈련 일정을 짰다”고 말했다.
이들은 왜 고생을 ‘사서’ 하며 동토(凍土)로 떠나려 하는 걸까. 사랑하는 가족과 1년 내내 떨어져 있어야 하는 데다 휴가 한번 없는 생활이다.
“남극은 무한한 비밀이 숨겨져 있는 ‘과학 실험실’입니다. 과학도로서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었습니다.”(홍명호 대원)
“누구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잖아요. 극한 환경에 도전하고 싶었습니다.”(유태관 대원)
“한국을 대표해 남극에서 연구 활동을 한다면 그게 바로 ‘애국’ 아니겠습니까? 집사람도 제가 자랑스럽답니다.”(박교식 대원)
자기 분야에서 5년 이상 근무한 경력을 갖고 있는 대원들은 파견 기간에 4000만∼5000만 원의 연봉을 받는다.
남극을 6차례나 다녀온 극지연구소의 베테랑 연구원인 홍종국(43) 대장은 “훈련이 고되긴 하지만 남극 파견에 앞서 진한 동료애를 느낄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며 “대원들과 함께 남극의 기상과 지질을 연구해 지구 환경 변화의 원인을 추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원들은 응급처치훈련과 헬기 구조법을 익히고 11일 퇴소한 뒤 해양연구원에서 분야별 실무교육을 거쳐 내년 1월 4일경 세종과학기지가 있는 남극 킹조지 섬으로 떠난다.
하루 훈련을 마치고 저녁식사를 한 뒤 달콤한 휴식을 취하던 이날 오후 8시경.
또다시 집합 명령이 떨어졌다. 공동묘지가 있는 훈련장 주변 백운산을 밤새 한 명씩 오르는 야간 담력훈련이다. 후텁지근한 밤공기를 헤치고 17명의 대원이 뛰어나갔다.
영하의 남극을 꿈꾸는 이들의 여름은 이렇게 뜨겁게 지나가고 있었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지금 남극은 세계 열강들의 전쟁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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