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대표적인 심리유형은 이중성"

  • 입력 2007년 8월 7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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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대표적인 심리유형은 이중성이다. 순수와 배타, 신바람과 광기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근본주의를 추구하면서도 시류에 영합하고 동일성을 강조하지만 서로 분열한다."

김형효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가 '한국인, 심리학 그리고 문화'를 주제로 8~9일 한중연에서 열리는 학술대회에서 한국인이 공통적으로 지닌 심리유형의 부정적 측면을 강하게 비판하는 논문을 발표한다.

김 교수는 미리 공개한 논문 '한국인의 공동심리 유형들과 그 양면성'에서 한국인의 대표적인 심리 유형으로 '순수성의 감정과 이중성', '신바람과 광기', '동일성의 병적 징후'를 꼽았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윤동주의 '서시'는 순수한 영혼의 애가다. 또 14세기 말 고려 충신 우탁부터 조선 중기 기생 송이에 이르기까지 150여 수의 시조를 분석한 결과 순수성을 은유한 시조들이 50여 수에 이른다.

이처럼 한국인은 예부터 순수의 가치를 지고의 것으로 높였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김 교수는 "이상적 순수와 불행한 현실의 괴리는 한국인의 무의식에 이분화돼 자리잡았다"고 분석한다.

그는 막스 베버의 신념윤리와 책임윤리 개념을 빌려 순수와 불순의 괴리를 설명한다. 순수에 비견되는 신념윤리는 행위의 옳고 그름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된다. 반면 책임윤리는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내는 것으로 윤리적 가치의 척도를 삼는다.

김 교수는 "베버의 말처럼 건강한 사회는 저 두 가지가 혼융돼 작용하는 것인데 택일을 강요하는 사회는 구체적인 현상을 추상적 이념으로 증발시켜버린다"고 비판한다.

그렇다고 한국인이 사회를 보다 도덕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 김 교수의 주장이다.

도덕적 동기의 순수성을 높이는 까닭에 한국문화에서는 정통성 논쟁이 끊이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한국 주자학의 사단칠정논쟁, 이기논쟁 등은 주자학적 정통성을 건 싸움이었으며 권력의지로까지 확대됐다.

김 교수는 "순수성의 고집은 엄청난 편협성과 배타성을 낳는다"며 "한국인의 내면적 순수성이 오히려 사회성을 훼손한다"고 지적한다.

1907년 국채보상운동이나 1919년 3·1운동, 1997년 금모으기 운동, 2002년 월드컵 때의 응원열기는 한국인의 공동 무의식에 녹아있는 신바람의 기질이 작용한 결과다.

김 교수는 "이는 한국적 굴기의 한 가능성을 알려주는 사례"라고 평가하면서도 "그 집단적 신바람이 집단적 광기로 변하면 한국인은 도저히 이성적으로 통제가 안 되는 종교적, 정치적 광기를 야기한다"고 경계한다.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종교적 광기가 한국인의 마음을 격정적으로 만들고 있으며 정치적 이념 대립의 광기가 한국인의 마음을 갈라놓고 있다는 것.

김 교수는 "신바람의 광기가 순수성의 이념과 결부되면 '순수성의 악마'로 변용된다. 이는 더욱 한국문화를 끝없는 논쟁의 나락으로 추락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어 "한국의 공동심리유형은 동일성 일색으로 나아가려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한다.

감정상 동류의식이 통하면 의기투합해 친근감의 극치를 이룬다. 2002년 월드컵 응원 열기는 전 민족적인 동류의식이 작용한 결과인 셈이다.

동일성의 추구는 언뜻 보기에 강력한 단결력을 발휘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김 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사람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동일성이라는 것은 실체가 없는 허상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오히려 같기를 바라는 마음이 큰 까닭에 차이를 목격하면 서운한 감정이 앞서게 된다.

김 교수는 "한국인은 모여 살면서 동질성의 정을 주고 싶어하지만 현실적으로 일체감이 잘 형성되지 않아 서로 분열한다"며 "역설적으로 한국인은 지금 지역적·정치적·이념적·종교적 배타심 등으로 자신의 동일성을 지키려 한다"고 비판한다.

그는 "어떤 차이도 감정적으로 싫어하고 오로지 대등의식이 평등인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감정적 동일성이라는 허상을 빨리 씻어내야 대등의식과 소모적 경쟁이라는 병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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