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합원 우선 채용” 타워크레인 노조 ‘무리한 요구’

  • 입력 2007년 7월 25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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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48일간의 장기 파업을 끝낸 민주노총 산하 전국타워크레인 기사 노동조합이 사측에 노조 소속 조합원을 고용하도록 요구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타워크레인 기사들이 일을 중단하면 건설현장 전체가 멈춰야 하기 때문에 사측은 이들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하고 있다.

24일 타워크레인 등 장비를 건설사에 임대해 주는 업체인 A사의 관계자는 “새로 공사를 맡으면 타워크레인 노조 쪽에서 전화를 걸어와 ‘이번에는 우리 노조원 몇 명을 쓰라’고 요구하는 것이 건설 현장의 관행이 돼 있다”고 말했다.

타워크레인은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장기간 투입되기 때문에 기사는 1년 안팎의 장기 계약을 맺고 월급을 받는다.

임대업체들은 일감이 일정치 않은 일의 특성 때문에 최소한의 기사만 상시 고용하고 공사를 맡을 때마다 기사를 추가로 고용한다. 바로 이때 노조 측이 요구를 해온다는 설명이다.

A사의 경우 현재 경기도의 한 현장에서 일하는 3명의 기사 중 2명이 노조의 요구로 채용한 사람들. 이 회사 관계자는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채용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타워크레인 노조 측도 “노조가 업체에 기사들을 ‘추천’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현재 3500명 정도인 전국의 타워크레인 기사 중 민주노총 조합원은 40%가 넘는 1500명 정도.

노조 서울·경기 지부 관계자는 “어차피 공사 기간에만 계약직으로 일하는 사람들인데 노조원을 써달라고 하는 게 무슨 문제냐”고 말했다. 그는 또 “업체들이 민주노총 소속 기사들을 쓰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일정한 고용을 확보하기 위한 자구책”이라고도 말했다.

사측은 노조의 이 같은 ‘요청’을 거절하지 못하고 있다.

한 타워크레인 임대업체 관계자는 “노조 요청을 거절하는 업체에 대해 노조는 현장 주변에서 시위를 벌이거나 현장의 법규위반 사례를 찾아내 당국에 신고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노사 협상에서 노조 측 요구는 상당 부분 받아들여지고 있다. 올해 협상에서 사측은 주 56시간이던 근무시간을 주 44시간으로 줄이면서 임금은 그대로 유지해 달라는 노조 측 요구를 수용했다. 한꺼번에 20% 이상 임금이 오른 셈이다. 다만 사측 요구로 근무시간 전환 시점은 10개월 늦추기로 했다. 노조는 ‘노조 조합원 우선 고용’까지 명문화하자고 요구했으나 사측이 완강히 거부해 무산됐다.

이번 파업의 피해는 건설업체와 다른 일용직 근로자들에게 돌아갔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공사 지연으로 생긴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일용직 건설 근로자 박모 씨는 “타워크레인이 멈춰 서는 바람에 오랫동안 일손을 놔야 했다”고 말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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