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은폐의혹' 조사않고 종결

  • 입력 2007년 7월 20일 17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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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가 20일 신정아 조교수의 학력위조 사건에 대한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했으나 언론이 이미 확인해 보도한 내용 이외에는 별다른 것이 없고 `은폐의혹'은 제대로 조사되지도 않아 면죄부 주기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동국대가 진상조사위원회를 전원 학내 인사로 구성하고 임용 당시 이사장인 현해 스님을 조사조차 하지 않고 "외압이나 비리가 없었다"는 결론을 내린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동국대는 신씨의 박사학위가 가짜임을 시사하는 증거가 2005년 9월 대학미술협의회 관계자를 통해 입수된 뒤 `검증'을 시도했다.

하지만 동국대는 2005년 9월 22일 팩스로 예일대 대학원 부원장 명의로 신씨의 박사학위를 증명하는 문서(가짜로 확인됨)가 날아오자 박사학위에 대한 검증이 이뤄졌다며 출처 확인조차 하지 않았고 학·석사 검증은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필수 서류인 학·석·박사과정 성적표는 2005년 9월부터 지금까지 제출되지 않았으나 동국대는 언론보도로 의혹이 외부에 알려질 때까지 이를 문제삼지 않았다.

지난달 말과 이달 초에 걸쳐 불교계를 중심으로 신씨의 학력위조 의혹이 확산되기 시작한 뒤에도 동국대는 석연치 않은 행보를 보였다.

특히 임용택(법명 영배) 이사장 등 학교 관계자들은 비공식 내부조사가 개시된 이후에도 "검증이 끝났다"라며 신씨를 공개적으로 비호하는 발언을 계속했다.

동국대는 지난 11일 진상위원회를 구성해 신씨의 학력위조 사건 조사를 개시한다고 발표한 뒤에도 신씨의 학위 조회를 위한 공문 발송 등 간단한 확인절차조차도 하지 않은채 늑장을 부렸다.

동국대는 언론이 캔자스대 당국의 공식 확인을 받아 신씨의 학·석사학위가 가짜라고 보도한지 4일이나 지난 15일에야 부랴부랴 캔자스대 당국에 최초로 확인 공문을 발송했다.

동국대가 과연 진상 규명 의지를 갖고 신속히 움직였는지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동국대가 이처럼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행보를 거듭하고 있는 이유는 현재 진상조사위원회와 징계위원회의 면면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진상조사위원장인 한진수 학사부총장은 신씨의 학력위조를 입증하는 결정적 증언이 나온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 조사조차 하지 않고 신씨의 학위가 진짜라고 공언했었다.

한 부총장은 불교계에서 신씨 학력위조 의혹이 다시 제기되자 임용택(법명 영배)이사장이 이달 2일 연 간담회에 참석해 "신씨의 박사학위에 대해 검증을 거쳤다"라며 임 이사장을 거들고 신씨를 감싸기도 했다.

진상조사위원인 이상일 학사지원본부장은 5월 29일 이사회에서 "신씨 학위를 여러 방법으로 검증했으며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고해 신씨 허위학력 의혹을 제기한 장윤 이사가 해임되는 데 일조했다.

디지털뉴스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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