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광주비엔날레 ‘가짜박사 총감독’ 쇼크

  • 입력 2007년 7월 13일 07시 04분


코멘트
1995년 창설된 광주비엔날레는 행사때마다 수십만 명의 관람객이 몰리는 동아시아 최대규모의 순수미술이벤트로 성장했으나 최근 ‘가짜박사’ 감독 선임문제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제6회 행사때 주전시관 앞에 몰린 관람객들. 동아일보 자료 사진
1995년 창설된 광주비엔날레는 행사때마다 수십만 명의 관람객이 몰리는 동아시아 최대규모의 순수미술이벤트로 성장했으나 최근 ‘가짜박사’ 감독 선임문제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제6회 행사때 주전시관 앞에 몰린 관람객들. 동아일보 자료 사진
■ 국내예술총감독 신정아씨 선임 철회 파문

《동아시아 최대의 순수미술행사로 자부해 온 광주비엔날레가 예술총감독 내정자의 ‘가짜박사’ 파문으로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 광주비엔날레재단 한갑수 이사장은 12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신정아(35·여·동국대 조교수) 씨에 대한 국내 예술총감독 임명절차를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 이사장은 “상상을 초월한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며 “그나마 임명(검증)절차를 밟는 과정에 이런 일이 일어나 불행을 모면하게 됐다”고 말했다.》

▽구멍 뚫린 검증 시스템=지역 미술계 안팎에서는 사실상 아무런 검증절차 없이 총감독을 선임해 온 관행과 의혹이 불거진 다음에도 적절한 대응조치를 못하다 뒤통수를 맞은 재단 측의 무능을 성토하고 있다.

재단 측은 “미국 예일대에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는 등 동국대 측과는 별도의 검증절차를 진행 중이었다”고 밝혔지만 결국 동국대 측의 ‘가짜 확인’ 결과를 뒤따라 수용하는 수준에 머물러 한계를 드러냈다.

이번 사태는 재단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회의 관료화와 무감각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290억 원의 재단기금과 행사 때마다 100억 원에 이르는 예산을 심의 의결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임에도 불구하고 광주시와의 어정쩡한 관계와 폐쇄적 운영행태로 이 같은 사태를 자초했다는 것.

지난해 6회 행사이후 “높아진 위상에 걸맞게 전 세계를 대상으로 감독을 공모하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으나 이번에도 결국 선정위원회 방식을 통해 문제의 신 감독을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엔날레 어디로?”-들끓는 비난여론=광주비엔날레 공식 인터넷사이트(www.gb.or.kr)에는 이번 사태에 따른 충격과 재단 및 광주시의 졸속대응을 비난하는 글이 잇따라 올랐다.

자신을 ‘미술 전공자’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정말 이런 식으로 대충대충 치러지는 국제 비엔날레인지 예전엔 미처 몰랐다”며 “국제적 전시를 이끌 감독을 임명하면서 철저한 경력 확인 절차도 없이 감독자리부터 내주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비난했다.

다른 누리꾼도 “주먹구구 탁상행정 비엔날레지만 그냥 넘어가면 더욱 망신”이라며 “(비엔날레재단 측이) 솔직히 잘못을 사과하고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철저한 운영을 하라”고 주장했다.

광주시 인터넷사이트(www.gwangju.go.kr)에 글을 올린 한 누리꾼은 “이번 소식을 접하고 정말 충격을 받았으며 어떻게 그런 인물이 비엔날레 감독 자리까지 올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앞으로 검찰조사에서 밝혀지겠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광주시도 일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년작가 A(39) 씨는 “이번 사태는 사실상 관 주도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비엔날레의 본질적 속성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신 씨 추천 경위에 대한 사실검증과 책임자 문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이사장은 이날 회견에서 “광주비엔날레를 오늘이 있기까지 키워준 광주시민과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말했으나 “신 교수를 누가 추천했는지, 또 후보추천자료 공개 여부 등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김권 기자 goqud@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