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조합원 “우리가 시다바리가. 전국파업도 철회해라”

  • 입력 2007년 6월 25일 17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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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노조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
현대차노조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
전국금속노동조합 핵심 사업장인 현대자동차지부(조합원 4만4천여 명) 조합원들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저지 지역순환 부분파업’ 불참 결정을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다. 오는 28~29일 예정된 전국 동시파업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전국 동시 파업도 철회해야

25일 오후 현재 현대차노조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전날 결정된 노조집행부의 ‘부분파업 철회’와 관련해 100여건에 달하는 글이 올라있다. 대부분 “잘한 결정, 현명한 판단”이라며 환영 일색이다.

아이디 ‘카멜레온’ ‘희망이’ 등은 “조합원들은 갈등 관계에서 상호 협력 관계로 변하고 있다. 조합원들이 변하는데 집행부가 이를 거부해선 안 된다. 파업을 원치 않는 조합원들의 의사에 반하는 결정은 철회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늦게나마 현장의 목소리를 받아들여 멋진 선택을 했다. 이젠 무조건 파업보단 진정 누구를 생각하고 누구를 위한 활동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조합이 됐으면 한다.”(‘멋쟁이’)

28~29일 열릴 파업에도 동참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국민들에게 버림받은 기업은 결코 발전하지 못한다. 부분파업 철회 결정도 환영하지만 28~29일 파업도 철회돼야 한다. 그래야 금속노조의 총알받이란 오명을 벗을 수 있다.” (‘참소리’)

“부분파업 철회 소식에 변화와 희망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28~29일의 전체 파업까지 꼭 철회되기를 울산 시민과 함께 기원한다.”(열린노조)

“조합원이 노동운동하는 사람들 ‘시다바리’냐

노조 집행부와 대의원을 향한 쓴 소리도 이어졌다. 아이디 ‘시다바리’는 “노동조합을 운영하는 분들이 다들 바쁜 줄 알지만 현장에 내려와서 현장의 목소리를 한번이라도 들어 본 적 있느냐”며 노조의 무능과 태만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노동조합이 발전하려면 젊고 똑똑하고 능력 있는 조합원이 대의원 돼야 한다. 그런데 술 잘 먹고 일은 개판으로 하고 놀기 좋아하고 노름 좋아하는 사람이 대의원 되려고 하려니까 현대차 노조가 발전하지 않는 거다. 많은 선량한 조합원들은 현대차에 먹고살려고 다니지 노동운동하는 사람들 ‘시다바리’하려고 다니는 게 아니다. 모쪼록 현명하게 판단해서 후회하거나 조합원들에게 욕먹을 일 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번 파업을 주도하는 금속노조 게시판에도 “파업은 이제 그만하라. 이번에도 역시 현대차가 총대 메고 나선다는데, 공장 세워서 이득 되는 게 뭔가. 민심은 천심이라고 했다. 민심을 거스르는 파업을 왜 하느냐”(‘길동무’)는 의견이 올랐다.

“정부·사측 현대차노조 압박…노사관계 악화시킬 뿐”

한편 예정대로 한미 FTA 비준 저지 파업 투쟁에 나선 정갑득 금속노조 위원장은 이날 민노총에서 운영하는 인터넷매체 ‘노동과 세계’와의 인터뷰에서 “돈과 권력을 가진 집단들이 빈곤층을 대변하는 집단을 철저히 짓밟으려 한다. 저항은 불가피하다”며 강경 입장을 고수했다.

정 위원장은 현대차노조의 부분파업 철회 결정과 관련해 “정부는 몇 년 동안 가장 센 현대차노조를 표적으로 삼아 두드리고 있다. 사측도 이번에는 조직적으로 강하게 나오는 모양새다. 이런 행태는 노사관계를 악화시킬 뿐”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민주노조운동의 생명은 의결기구에서 의결된 사항을 지키고 집행하는 것이다. 다소 무리한 결정, 올바르지 않는 결정이라 해도 결정 사항을 수행한 후 그에 대해 냉철한 평가를 해야 한다”며 투쟁 종결 후 현대차노조의 이번 결정에 대해 시비 여부를 심판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승훈 동아닷컴 기자 h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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