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회장, 쇠파이프 휘둘러” “조사내용 동의 못해”

  • 입력 2007년 5월 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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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3시 20분경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11시간가량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뒤 피곤한 표정으로 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신원건 기자
30일 오전 3시 20분경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11시간가량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뒤 피곤한 표정으로 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신원건 기자
아들도 출두 30일 오후 11시 5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둘째 아들 김모 씨(가운데)가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들어서면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전영한  기자
아들도 출두
30일 오후 11시 5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둘째 아들 김모 씨(가운데)가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들어서면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전영한 기자
그때 그 상처 30일 오후 중국 베이징에서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 김모 씨의 오른쪽 눈 위에 이번 사건으로 생긴 것으로 보이는 상처 자국이 아직도 선명하다. 전영한  기자
그때 그 상처
30일 오후 중국 베이징에서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 김모 씨의 오른쪽 눈 위에 이번 사건으로 생긴 것으로 보이는 상처 자국이 아직도 선명하다. 전영한 기자
■ 피해자 진술 내용과 한화측 반응

“파란 불꽃이 튀는 전기충격기를 내 목에 들이댔다. 하지만 실신 상태에 이를 정도로 이미 너무 많이 맞아 큰 충격을 느끼지 않았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부자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한 서울 중구 북창동 S클럽 종업원들은 30일 새벽 이뤄진 마지막 보강 조사에서 기존의 진술과 다른 새로운 얘기를 쏟아냈다.

이들은 김 회장 부자가 폭력을 주도했으며, 김 회장의 지시에 따라 경호원들도 폭행에 가담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한화그룹 측은 “피해자의 진술에 무리한 점이 많다”며 “경찰 조사 내용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 “경호원들이 전기충격기를 사용했다”

지난달 27, 28일 피해 조사를 받은 S클럽 종업원들은 줄곧 “김 회장이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김 회장 부자에게 주먹과 발로 맞았다”고 진술하면서 “경호원들에게는 폭행을 당하지 않았다”고 밝혀 왔다.

하지만 30일 새벽 이들은 당초 주장을 번복했다. 경기 성남시 수정구 상적동 청계산 기슭의 한 공사장으로 끌려간 종업원들은 경호원들의 구둣발에 무릎 뒤쪽을 맞고 김 회장 부자 앞에 무릎을 꿇었다는 것.

이어 김 회장은 S클럽 영업이사 조모 씨를 주먹과 발로 쓰러뜨린 뒤 공사장에 있던 쇠파이프로 등을 한 차례 내리쳤다. 그 뒤에도 발로 얼굴과 몸을 수십 차례 가격했다고 조 씨는 밝혔다. 쇠파이프의 길이는 150cm 정도.

김 회장은 조 씨가 쓰러지자 함께 공사장에 끌려온 종업원 3명에게 “너희들은 (조 씨가 내 아들을 때리는 것을) 보고도 말리지 않고 뭐했느냐”며 손과 발로 얼굴과 등을 각각 10여 차례 가격했다고 피해자들은 주장했다.

김 회장은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경호원들에게도 폭행을 지시했다는 것. 경호원 한 명은 주먹으로 4명 모두를 폭행했지만 또 다른 경호원은 조 씨가 거의 실신하자 나머지 3명에게만 폭력을 휘둘렀다.

[화보]김승연 회장 차남, 귀국에서 경찰 출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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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직폭력배로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청계산 공사장에서 아버지의 보복 폭행을 지켜보던 김 회장의 둘째 아들(22)은 “이 사람(조 씨)은 날 때린 사람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김 회장 일행은 북창동 S클럽으로 향했다.

S클럽에서 김 회장은 사장 조모 씨의 뺨을 때리며 아들을 때린 사람(윤모 씨)을 찾아 오라고 했다.

윤 씨가 김 회장 일행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자 김 회장은 아들에게 “네가 때려라”라며 “내 아들이 눈을 다쳤으니 너(윤 씨)도 눈을 맞아라”라고 말했다. 김 회장의 아들은 주먹으로 윤 씨의 얼굴을 때리고 정강이를 10여 차례 걷어찼다.

경찰은 S클럽 영업이사 조 씨와 윤 씨의 당시 진료기록을 확보했다. 진료기록에 따르면 조 씨는 머리 타박상과 갈비뼈 골절이 의심되는 상황이었고, 윤 씨는 머리에 타박상을 입고 뇌진탕 증세를 보였다.

경찰은 “피해자 가운데 4명은 김 회장과 아들의 처벌을 원한다고 했지만, 나머지 2명은 ‘보복이 두려워 말을 못 하겠다’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피해자 중 일부는 “그 후 한화그룹 홈페이지에 들어가 (김 회장 사진을) 보니 때린 사람이 맞았다. 현장에서 경호원들이 ‘회장님’이라고 부르는 것을 여러 차례 들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들은 사건 당시 김 회장이 별이 2개 달린 모자에 가죽 잠바, 가죽 장갑 차림이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또 김 회장 일행 가운데 한 명은 경호원과 달리 잠바를 입고 있어 “경호원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는 피해자 진술도 확보했다. 피해자들은 30일 새벽 김 회장과 대질신문을 한 뒤 김 회장이 모든 혐의를 부인하자 진술을 더욱 구체적으로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당시 피해자 중 한 명은 김 회장에게 “만약 우리가 거짓말을 했다면 법정에서 처벌을 받겠습니다. 회장님께서도 진실을 밝혀 주세요”라며 눈물로 호소했지만 김 회장은 담담하게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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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에 있었던 둘째 아들 친구를 찾아라

경찰은 김 회장의 보복 폭행 의혹과 관련해 피해자들의 진술 외에 별다른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함에 따라 다각도로 증거를 찾고 있다.

경찰은 김 회장 등 한화 측이 모두 “청계산에 간 적이 없다”고 진술하는 것에 대해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폐쇄회로(CC)TV 기록을 확보해 김 회장 측의 주장이 거짓임을 입증할 계획이다.

이미 경찰은 27일 김 회장 부자와 경호 관계자 모두의 휴대전화 사용 기록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해 30일 발부받았다. 사건 당일 이들 중 한 명이라도 청계산에서 통화한 기록이 나오면 결정적 단서로 작용할 수 있다.

경찰은 현재 김 회장 일행이 피해자들을 강남구 청담동 G가라오케에서 청계산까지 끌고 간 것으로 추정되는 길에 있는 CCTV의 기록과 과속단속 카메라도 살펴보고 있다. 기대를 모았던 중구 북창동 S클럽의 CCTV는 고장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사건 당일 G가라오케와 청계산 폭행 현장, S클럽 등 모든 폭행 현장에 김 회장의 둘째 아들의 친구 A 씨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은 둘째 아들을 조사했을 때 A 씨의 소재를 집중 추궁했다.

[화보]김승연 회장 차남, 귀국에서 경찰 출두까지
[화보]김승연 회장…경찰 출두에서 귀가까지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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