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대장, 가평서 목매 숨진 사병 유서 발견후 태워버려

  • 입력 2007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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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경기 가평군 야산에서 목을 매 숨진 육군 모 부대 박모(22) 일병이 유서를 작성해 보관 중인 사실을 분대장이 발견하고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해당 부대에 따르면 자살 전인 23일 오전 11시 10분경 분대장이 박 일병에게 업무를 지시하며 메모하라고 시키는 과정에서 유서를 발견했으나 이를 빼앗아 불태운 뒤 심부름을 보냈다.

박 일병은 지시를 받고 나간 뒤 복귀하지 않고 같은 날 오후 6시경 나무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군 수사당국은 박 일병의 사물함 등에서 ‘선임병들이 휴대용 무전기로 때리는 등 8차례에 걸쳐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기록한 수첩과 메모지를 발견해 선임병들을 상대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박 일병은 중대장이 올해 2월 해외 파병된 뒤 선임병들의 가혹행위와 집단 따돌림으로 고민해 왔으나 부대 간부들의 적절한 보살핌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군 수사당국은 “박 일병은 신병훈련소에서 실시한 육군표준인성검사에서 ‘극단적인 행동 가능성이 있어 주위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판정돼 관심 사병으로 분류돼 왔다”며 “박 일병의 내무반 생활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간부들을 모두 징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가평=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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