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현장시정추진단 현장투입 첫날

  • 입력 2007년 4월 16일 15시 39분


40~50대로 보이는 남녀 20여 명이 한강 둔치 시멘트 바닥에 앉아 아직은 스산한 강바람을 맞으며 점심 도시락을 먹고 있었다.

오전의 잡초 뽑기에 지친 때문인지 아니면 작업 첫 날의 어색함 탓인지 이들은 아무 얘기 없이 산책하는 시민들을 흘끔거리며 밥만 먹었다.

일부는 혼자 떨어져 앉아 무심히 흘러가는 강물을 응시하며 도시락을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이들은 서울시가 `무능 불성실 공무원'으로 지목해 추려 낸 현장시정추진단에 배속된 서울시 직원들이었다.

이날 반포지구에서 일하고 있던 38명의 직원을 포함해 모두 78명의 현장시정추진단 직원들은 한강 시민공원 반포지구와 뚝섬지구에서 `막일'인 잡초 뽑기에 나섰다.

지난 7일 동안 합숙과 출퇴근 교육을 받은 뒤 이날 처음으로 현장 작업에 투입된 것이다.

"어쩔 수 있나요. 이런 단순 업무인 줄 알고 나왔습니다. 한강에서 일하니 상쾌하네요"

A씨는 자포자기의 심정이 밴 목소리로 짐짓 "괜찮다"는 말을 되풀이 했다.

40대 후반의 적지 않은 나이에다 노동일에 익숙하지 않아 보이는 A씨는 바람이 부는 서늘한 날씨에도 한 손으로 잡초를 솎아 내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연방 이마를 타고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 내고 있었다.

조금 떨어진 다른 구역에서 잡초를 뽑고 있던 B씨는 "내가 왜 3%에 뽑혀 추진단에 배치된 것인지 전혀 수긍할 수 없다"며 여전히 분을 삭이지 못했다.

B씨는 "여기에 왜 뽑혀 왔는지 서울시는 최소한 설명이라도 해 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나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왜 뽑혀왔는지 전혀 설명이 없었답니다. 그러니 억울하죠"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나 직원 대부분은 기자가 접근하자 "나는 아무 것도 모른다"며 주변 직원들의 눈치를 살피고는 등을 돌리고 앉아 묵묵히 잡초를 뽑았다.

이날 오후 1시10분께 이들이 잡초로 채운 마대는 일을 시작한 지 2시간 정도 지났을 뿐인데도 벌써 반 가득 채워져 있었다.

현장에 있던 한 간부 직원은 "직원들이 현장시정추진단에 배치되고 처음에는 많이 반발했지만 이젠 많이 안정돼 열심히 일해 보자는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들은 매일 오전 9시까지 출근해 10시부터 현장서 일을 하고 오후 4시 반에 한강에 있는 사무실로 돌아가 그 날 일을 하며 느꼈던 점과 개선해야 할 점등을 적어내고 하루 업무를 끝마치게 된다.

현장시정추진단 직원들은 앞으로 매월 첫째 셋째 주에는 공원 및 다중이용시설 등 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장소에서 쓰레기나 담배꽁초를 줍거나 잡초를 제거하는 등 속칭 `막일'을 한다.

또 둘째 주에는 독거노인이나 복지시설 등 소외계층을 찾아 사회봉사활동을, 넷째 주에는 도로시설물이나 공원 등을 둘러보며 시민입장에서 불편한 점은 없는지 따져보고 문제점을 발굴하는 활동을 펼치게 된다.

이들은 10월 초까지 추진단에서 6개월 간 근무한 뒤 직무수행능력 향상도, 근무태도, 업무 실적 등을 평가받아 퇴출 여부가 결정된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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