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날 협박해 해임된 경관이 우리 동네로…

  • 입력 2007년 3월 29일 03시 00분


“불륜 폭로하겠다” 돈 요구…복직뒤 피해자 지역 경찰서 발령

“정말 상상도 못했습니다. 나를 협박해 해임된 전직 경찰이 다시 복직해 내 집을 담당하는 경찰서에서 근무하고 있을 줄은….”

서울 마포구에 사는 이모(50·여) 씨는 19일 휴대전화에 찍힌 전화번호를 보고는 지난 몇 개월 간의 악몽이 떠올랐다. 전화를 건 사람은 지난해 자신과 A(56) 씨의 “내연관계를 폭로하겠다”며 돈을 요구했던 경찰관 B(39·경장) 씨.

당시 이 씨는 또 무슨 해코지를 당할지 몰라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이 씨는 해임된 줄로만 알았던 B 경장이 다시 복직해 자신이 사는 지역을 담당하는 마포경찰서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 씨가 B 경장에게서 처음 협박을 받은 것은 지난해 6월 21일. B 경장은 평소 알고 지내던 A 씨와 이 씨가 사귄다는 사실을 알고 이 씨의 집을 찾아와 “내연관계를 알고 있다”며 1억 원을 요구했다.

당시 서울 영등포경찰서 한 지구대에 근무하고 있던 B 경장은 경찰 전산망을 통해 이들의 집을 알아냈다. 경찰 전산망을 개인적으로 사용할 경우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에 저촉된다.

A 씨는 곧바로 B 경장을 경찰에 고소했다. 하지만 조사를 맡은 마포경찰서는 지난해 10월 B 경장에게 혐의가 없다며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은 검찰에서 뒤집혔다. 검찰은 같은 해 11월 공갈미수 혐의가 인정된다며 B 경장을 벌금 300만 원에 약식 기소했다. 영등포경찰서도 같은 달 B 경장을 해임했다.

하지만 B 경장은 올해 1월 소청심사를 통해 정직 3개월로 징계가 감경됐고 2월 12일 복직했다.

B 경장은 소청심사 때 이 씨의 집에 찾아가 “탄원서를 써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문제는 서울지방경찰청 인사과에서 이런 사정을 몰랐는지 B 경장을 이 씨가 살고 있는 곳을 관할하는 마포경찰서로 발령한 것.

한 경찰 관계자는 “사건이 일어난 지 불과 몇 개월 만에 다시 근무하도록 한 소청심사위원회의 조치는 상식 밖”이라며 “그것도 피해자가 살고 있는 지역에 보낸 것은 부적절했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마포경찰서에 결원이 많아 B 경장을 보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2월 1일 현재 마포경찰서는 정원 760명에 현원 757명으로 서울의 다른 경찰서보다 결원인원이 많지 않았다.

B 경장은 “해임 처분이 부당해 소청심사를 신청했고, 정당하게 정직 처분을 받아 복직한 것”이라며 “사건과 관련해서는 할 얘기가 없다”고 말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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