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짜증 싣고 다니는 부산지하철

  • 입력 2007년 3월 23일 06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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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하철을 타면 짜증부터 납니다. 시도 때도 없이 잡상인이 설칩니다.”

대중교통인 지하철을 타고 가족나들이에 나섰던 김종희(46) 씨는 며칠 전 당한 일을 생각하면 어처구니없다고 한다. 지하철을 타자마자 옆 사람의 말이 들리지 않을 만큼 시끄러운 음악이 흘러나왔다. “한때 유행했던 팝송으로 피로를 풀어보라”는 잡상인의 말에 “조용히 갑시다”라는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당신이 뭔데…”라는 면박을 당했기 때문이다.

하루 83만9000명(수송분담률 13.4%)의 부산시민이 이용하는 부산지하철 1∼3호선의 전동차 내에선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이런 일이 수시로 일어난다.

51명의 단속요원이 근무하지만 이들의 눈을 피한 잡상인들의 숨바꼭질 상행위가 수그러들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잡상인은 물건 사기를 강요하다시피 해 시민들이 불안을 느낄 정도다.

지난해 10월에는 한 잡상인이 전동차 내 판매행위를 단속하는 직원을 폭행한 뒤 끌어안고 선로로 뛰어든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잡상인은 최근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설치는 데는 시민들의 무관심과 물건 구입 등도 한몫하고 있다는 게 부산교통공사 관계자의 지적이다.

또 보복이 두려워 짜증스럽거나 시끄러워도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시민들이 직접 신고한 것은 30건에 불과하다.

시민 불편과 민원이 잇따르자 교통공사가 22일부터 특단의 조치에 나섰다.

지난해부터 지난달 말까지 5200여 건의 전동차 내 판매행위를 단속한 부산교통공사는 이 가운데 100차례 이상 적발된 상습 잡상인 5명과 단속 과정에서 폭력을 휘두른 1명에 대해 부산경찰청 지하철수사대에 영업방해 혐의로 22일 수사를 의뢰했다. 이 중에는 모두 147차례나 단속된 사람도 있다.

교통공사는 지금까지 전동차 내 잡상인 판매 행위를 적발하더라도 각서를 받는 것 외에 별다른 제재방법이 없어 한계를 느껴 왔다.

김인환 교통공사 경영본부장은 “잡상행위 등 승객을 불편하게 하는 행위는 끝까지 단속할 방침”이라며 “시민들도 잡상인의 물건을 사지 않는 등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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