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 전화 사기… 184억 뜯어

  • 입력 2007년 3월 2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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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0월 실직자 김모(39) 씨는 휴대전화로 대출상담을 받은 뒤 돈은 한 푼도 빌리지 못하고 마음의 시름만 얻었다.

김 씨는 휴대전화로 “대출상담, 대출신청을 하려면 0609-00-××××번을 눌러서 무료로 할 수 있으며 안내 멘트가 나오면 시간이 많이 소요되니 0번 또는 1번을 누르라”는 안내 전화를 받았다.

3개월 전 실직한 뒤 신용불량자가 된 김 씨는 급한 마음에 불러준 번호대로 전화를 걸었다. 그는 ‘060’으로 시작하는 번호가 유료인 것을 알았지만 안내해 준 번호는 ‘0609’로 시작하기 때문에 요금이 부과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전화를 받은 대출 안내원은 처음에는 쉽게 돈을 빌려줄 듯 이야기를 하다가 한 시간 정도 실랑이를 벌인 뒤에는 “조건이 맞지 않는다”며 “돈을 빌려주기 어렵다”고 버텼다.

김 씨는 한 달 뒤 정보이용료만 30만 원이 찍힌 고지서를 받고 낙담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대출 상담 및 부업 소개를 사칭해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화 정보이용료 명목으로 10개월 동안 약 184억 원을 뜯어온 일당을 검거했다고 21일 밝혔다.

전화를 받거나 생활정보지를 통해 광고를 보고 전화를 건 뒤 영문 모른 채 돈을 뜯긴 사람은 150만 명.

경찰은 상습사기, 신용정보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대출알선업체 M사 대표 이모(38) 씨 등 4명을 구속하고 J사 이사 안모(40) 씨 등 21명을 불구속 입건했으며 공범 3명을 수배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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