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군 유괴사건, 공조수사 허점…경찰 대응 미숙

  • 입력 2007년 3월 15일 16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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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초등생 유괴 사건을 수사해온 경찰이 비교적 빨리 용의자를 검거했음에도 수사상 허점을 드러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15일 인천 연수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11일 오후 2시 57분께 박모(8)군이 납치됐다는 박군 가족의 신고를 접한 뒤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다.

오후 2시 45분부터 용의자로부터 공중전화를 이용한 협박 전화가 시작돼 오후 10시 51분에는 경기도 부천시 상동에서 일곱번째 협박전화가 걸려왔다.

경찰은 4분 뒤인 10시 55분 용의자가 이용한 공중전화로 출동, 용의자로 추정되는 30대 초반의 남자가 인근 슈퍼마켓에서 담배를 산 사실을 밝혀냈다.

이때 경찰은 슈퍼마켓 주인으로부터 키 170cm 가량의 용의자가 `OO보험회사'라고 적혀 있는 짙은색 계통의 점퍼를 입고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이 이 보험회사 인천지역 사무실과 관계기관을 중심으로 탐문수사를 집중적으로 벌였다면 용의자 이모(29)씨를 조기에 추적, 박군이 살해되는 사태로까지 이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박군이 살해된 시점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용의자 이씨는 박군이 질식사했다고 주장하면서 박군이 숨져있는 것을 확인한 것이 11일 오후 11시 30분이라고진술하고 있어 7차 협박전화 후 박군을 살해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찰은 사건 발생 3일이 지난 14일 낮 12시가 돼서야 이씨를 용의자로 지목하고추적에 나섰다.

12일 낮 12시 19분 8차 협박전화 당시 사용된 공중전화 인근 건물의 CCTV 화면에 보험회사 점퍼를 입은 용의자가 나타난 데다 3분 뒤 걸려온 9차 협박전화에 사용된 공중전화 주변 CCTV에도 이씨의 견인차량이 발견된 점을 단서로 한 것이다.

그러나 용의자를 모 보험회사와 연관된 견인차량 운전자로 한정하고 이씨를 용의자로 지목하는데 2일이나 걸린 부분에 대해서도 수사 지연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용의자가 집중적으로 협박전화를 건 연수구에서 영업을 하는 견인차량은10여대 밖에 되지 않았다.

경찰은 결국 용의자 지목 2시간여만인 14일 오후 2시께 인천시 연수구 이씨의 집근처에서 이씨를 검거하는데 성공했다.

경찰은 이씨가 공중전화를 이용, 협박전화를 걸어 온 점에 착안, 12일부터 연수구 일대 공중전화 600여대 근처에 경찰을 집중배치했지만 이씨가 협박전화를 16차례나 거는 동안에도 이씨 뒤만 쫓기 바빴다.

특히 남부경찰서, 연수경찰서에서 불과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공중전화에서도여러차례 협박전화를 했지만 경찰은 현장에서 이씨를 검거하지 못했다.

또 수사과정에서 수사팀들간에 공조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잇다.

경찰은 사건 발생 이후 4일동안 인천지역 2천898곳에 연인원 6358명을 배치하며 용의자 검거에 전력을 쏟았지만 결과적으로 박군이 숨진 채 발견돼 허탈한 표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초반에 엉뚱한 곳에 경찰들을 배치시키는 바람에 용의자를 조기에 검거하지 못했다"며 "박군이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게 돼 유감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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