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교육현장/인천 문학초교 학부모 교통대

  • 입력 2007년 3월 14일 07시 04분


코멘트
13일 오전 인천 남구 문학동 문학초교 앞 왕복 4차로 횡단보도.

짙은 군청색 단복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문학녹색교통대(대장 이건자) 대원들이 손에 깃발을 든 채 학생들의 등굣길 교통지도를 하고 있었다.

대원들은 학생들에게 횡단보도 오른쪽으로 걷기를 요청했다.

학생들은 고마움의 표시로 머리 숙여 인사를 한 뒤 대원들을 향해 해맑은 미소를 보냈다.

교통대원들은 정지 신호를 보지 못한 채 횡단보도로 진입하는 차량이 있을 경우 제동거리를 감안해 학생들에게 가장 안전한 횡단보도의 오른쪽을 이용하는 습관을 기르도록 하고 있다.

6학년 정다운(12) 양은 “매일 아침 어머니들이 횡단보도에 나와 교통지도를 해 주셔서 마음이 든든하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한 인천 문학초교 교통대가 활동을 시작한 것은 2003년 3월. 총 60명(6개 조)으로 구성됐다. 매일 1개 조가 나서 문학초교 학생들의 안전한 등교에 버팀목이 되고 있다.

학부모들이 대규모 교통대를 구성한 것은 학교 주변 교통상황이 안 좋아 매년 5건 이상의 크고 작은 어린이 교통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교통사고를 당해 깁스를 한 학생을 흔히 볼 수 있었을 정도다.

현재 학교 앞 왕복 4차로의 규정 속도는 시속 80km. 스쿨 존 규정 속도는 30km 이하지만 이를 훨씬 웃돈다.

학부모들이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경찰에 스쿨 존 규정 속도 안내판 설치를 요구하고 문학초교 앞을 스쿨 존으로 지정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내리막길에 스쿨 존을 설치할 경우 더 많은 교통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무산됐다.

이후 육교 설치를 요구했지만 도로가 협소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

대책도 마련되지 않는 최악의 학교 앞 교통상황에 학부모들이 나서서 교통대를 발족하게 된 것이다.

교통대는 매일 아침 학교 앞 횡단보도(4개)뿐 아니라 인도와 도로 구분이 없어 교통사고 위험이 높은 학교 뒷길, 문학동 구 도로(호산아파트 앞 도로) 등 3곳에서 교통지도를 하고 있다.

교통대가 활동을 시작한 뒤 최근까지 문학초교 학생들의 교통사고는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문학초교 또한 지난해 9월부터 매월 ‘문학터 메아리’라는 소식지를 발간해 학생과 학부모에게 지속적으로 교통사고 예방 교육과 홍보 활동을 벌이고 있다.

또 1학년을 대상으로 수업시간에 교통안전 표지판 그리기 교육을 실시하는 등 교통사고 줄이기에 힘쓰고 있다.

한상언(61) 교장은 “교통대가 발족하기 전에는 교사들이 횡단보도에 나가 1시간씩 교통지도를 해 오전 교육 활동이 부실할 수밖에 없었지만 요즘에는 교사들이 마음 놓고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효과까지 얻었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