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성 영장전담판사 탄생…서울서부지법 민유숙 판사

  • 입력 2007년 3월 13일 13시 34분


코멘트
그동안 남성 판사들이 독차지해 왔던 영장전담 판사에 최초로 여성 판사가 임명됐다.

주인공인 서울서부지법 민유숙(42·사시 28회·사진) 부장판사는 지난달 12일 법원 인사 때 대법원 재판연구관에서 서부지법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영장실질심사를 전담하는 제1형사단독 판사에 배치됐다.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자를 판사가 직접 대면하고 심문해 구속 여부를 가리는 영장실질심사 제도가 1997년 시작된 이래 각급 법원의 영장전담 판사는 모두 남성이었다.

영장을 전담하는 부장판사 중 여성이 많지 않은 데다 때로는 영장을 청구한 검찰과 치열한 신경전을 벌여야 하기 때문에 관행적으로 남성들이 맡아 온 것.

영장전담 판사는 검찰, 경찰의 수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만큼 막강한 자리다.

지난해 대검 중수부가 외환은행 불법매각 의혹 사건에 대해 검사 15명과 수사관 80여 명을 투입해 수사한 뒤 청구한 구속영장을 영장전담 판사가 기각하는 바람에 수사의 물꼬를 돌린 것은 물론 법원-검찰 간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최근에는 구속영장 기각률 차제가 높아가는 추세이기도 하다.

민 부장판사는 1986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인천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광주지법, 서울지법(현 서울중앙지법), 서울지법 남부지원(현 서울남부지법), 서울고법을 거쳐 2002년부터 5년 동안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냈다.

재판연구관은 격무에 시달리는 힘든 자리로 2년 만에 인사이동을 하는 게 보통이나 민 판사는 실력을 인정받아 그 자리에서 승진하면서 재산분할과 친족제도 등에 관한 연구논문을 여러 차례 발표했다.

영장을 전담한 지 한 달밖에 안 됐지만 검찰과 경찰 사이에선 벌써부터 그의 심사가 까다롭다는 '악명'이 퍼져 있다.

민 부장판사는 "훌륭한 선후배가 많은데 너무 많은 주목을 받는 것 같아 부담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의 남편은 열린우리당 문병호 의원.

최우열기자 dnsp@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