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검사 출신 변호사가 골프장사장 납치사건 개입

  • 입력 2007년 3월 1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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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인천국제공항에서 발생한 골프장 사장 납치 사건에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가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공항경찰대는 12일 경기 용인시 H골프장 강모(59) 사장 등 3명을 납치해 감금한 혐의로 모 지청 부장검사 출신 K(41) 변호사와 강 사장의 외삼촌 윤모(66)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11일 K 변호사를 긴급 체포했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 개입=경찰에 따르면 K 변호사와 윤 씨는 폭력조직원 김모 씨 등을 사주해 지난달 26일 오후 7시 43분경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2번 게이트 앞길에서 승용차를 타기 위해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강 사장 일행에게 국가정보원 직원이라고 속인 뒤 이들을 차량에 태워 납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강 사장과 강 사장의 아들(24), 운전사 은모(40) 씨는 윤 씨와 김 씨의 지시를 받은 조직폭력배 4명에게 납치돼 강원 평창군의 한 펜션에 감금됐으나 이틀 만인 28일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탈출했다.

K 변호사는 강 사장 일행을 인천공항에서 납치할 당시 현장에 있었으며, 납치범들이 강 사장 일행을 감금했을 때에도 펜션 인근에 머무는 등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K 변호사가 사실상 이번 납치 사건의 모든 과정에서 배후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강 사장과 윤 씨는 골프장 경영권을 놓고 오랫동안 다툼을 벌였으며, 윤 씨는 이번 납치극을 통해 경영권을 넘겨받은 뒤 이를 매각하려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윤 씨가 골프장 경영권을 인수하면 매각 대금 3500억 원 중 일부를 K 변호사에게 주기로 약속한 정황을 확보하고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K 변호사가 300억 원을 받기로 했다는 진술도 있고, 20억 원을 받기로 했다는 진술도 있어 아직 특정이 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K 변호사가 납치 사건에 개입한 동기 부분은 더 조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K 변호사는 납치 사건에 관여한 사실은 시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 변호사는 2005년 모 지청의 부장검사 직을 그만둔 뒤 변호사 개업을 했으며, 윤 씨의 소송대리인을 맡아 알게 된 사이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모 기업 인수합병(M&A) 회사 대표 정모(39) 씨가 윤 씨 등과 함께 납치 범행을 모의한 것으로 보고 달아난 정 씨를 쫓고 있다.

경찰은 이들 외에도 범행에 가담한 조직폭력배 등 4명을 긴급 체포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골프장 경영권 다툼이 발단=H골프장은 경영권을 둘러싸고 친인척 간의 암투가 치열했다.

이번 납치 사건을 주도했던 윤 씨는 1984년 골프장 조성 당시 재일교포인 강 사장의 아버지(85)를 가까이에서 도왔던 최측근 인물.

윤 씨는 2000년 7월 골프장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해 당시 사장이었던 강 씨의 동생과 호흡을 맞추며 골프장 운영에 참여하다 2002년 강 씨가 사장으로 취임되면서 뒷전으로 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윤 씨가 반발했고, 결국 골프장 법인 명의로 거액을 대출받은 혐의로 골프장 측에 고소당해 구속되기도 했다. 형을 마치고 출소한 이후에도 골프장 측은 윤 씨에게 50억 원대의 구상권 청구 소송을 냈다.

강 씨의 아버지는 가족 간의 마찰이 심해지자 병원 신세를 져야 하는 처지가 됐다는 것. 이후에도 윤 씨와 강 씨 동생은 경영권을 되찾으려는 시도를 계속했고 최근 2, 3년 사이 골프장을 아파트단지로 개발하려는 사업도 각자 추진했다고 전해진다.

강 씨는 골프장 인근 임야 12만2000여 평을 모 건설회사에 115억 원에 팔면서 55억 원에 판 것처럼 허위계약서를 작성해 60억 원을 챙긴 혐의로 2002년 구속됐었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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