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전방 지키는 다섯 쌍둥이 “제발 형 대신 깨우지 마세요”

  • 입력 2007년 3월 1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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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가 유성복 은복 병장,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형태 형진 상병, 유한윤 한원 이병, 조현천 현만 병장, 홍영종 영욱 상병. 사진 제공 육군
가운데가 유성복 은복 병장,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형태 형진 상병, 유한윤 한원 이병, 조현천 현만 병장, 홍영종 영욱 상병. 사진 제공 육군
서부전선의 최전방 부대인 육군 1사단에서 다섯 쌍의 쌍둥이 형제가 전우애와 형제애를 나누며 철책을 지키고 있다.

1사단 예하 지상관측소(GOP) 대대에 복무 중인 조현천(23) 현만 병장과 유성복(22) 은복 병장, 홍영종(21) 영욱 상병, 김형태(22) 형진 상병, 유한윤(21) 한원 이병이 주인공들이다.

이들 5쌍의 쌍둥이는 모두 형과 동생이 함께 입대한 뒤 GOP 대대의 5개 소초에 나란히 배치돼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맏형 격인 조현천, 현만 형제는 외모가 너무 똑같아 부대 전입 이후 2, 3개월간 부대원들이 형과 동생을 구분하지 못했다.

그 때문에 선임병들이 형(현천)에게 지시를 한 뒤 나중에 동생(현만)에게 이행했는지 확인하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많았다는 것.

통신소초에서 근무 중인 김형태, 형진 형제도 야간 근무자가 근무 교대를 위해 잠을 깨울 때마다 헷갈려 형 대신 동생을 깨우는 일이 다반사였다고 전했다.

유성복, 은복 형제는 형과 동생이 각각 상황병과 경계병으로 근무 중인데 형인 유성복 병장은 “새벽에 단잠에 취한 동생을 깨워 근무지로 보낼 때가 가장 미안하다”며 “맘 같아선 대신 근무를 서 주고 싶다”고 말했다.

홍영종, 영욱 형제는 “처음엔 같이 입대하는 것을 망설였지만 지금은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며 “군에 와서 가족과 형제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동생이 형보다 몸무게가 10kg 이상 많이 나가 비교적 구분하기 쉬운 쌍둥이인 유한윤, 한원 형제는 “힘들 때마다 전우애보다 진한 형제애로 서로를 격려하고 조언할 수 있어 마음이 든든하다”고 말했다.

쌍둥이 형제들의 대대장인 석종건 중령은 “쌍둥이 형제들이 돈독한 우애로 모범적으로 근무해 다른 부대원들도 심리적 안정을 느끼는 등 부대 관리와 임무 수행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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