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소년의 눈에 비친 현대차 주총

  • 입력 2007년 3월 9일 16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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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고치는 고스톱 같았어요."

생애 처음으로 주주총회에 참석한 '17세 소액주주'가 1시간 가량 진행된 주총을 보고 느낀 짧은 소감이다.

일사천리로 진행되던 9일 현대자동차 주총에서 1명의 소액주주가 "이의있습니다"는 말과 함께 손을 번쩍 들며 제동을 걸었다.

자신을 "올해 17세 되는 이현욱입니다"라고 소개한 이 소액주주는 사내이사 선임과 관련한 안건이 통과되기 직전 발언을 신청, 현대차 김동진 부회장에게 질문을 던졌다.

"오늘 보니까 직원분들이 참 많이 왔다"고 말문을 연 이군은 일본 도요타 자동차의 미국에서의 로비활동을 거론하며 현대차가 이 같은 도요타의 파상공세에 맞서 어떻게 대처할 지를 물었다.

이군의 발언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김 부회장이 폐회를 선언하기 전에 또 한번의 발언권을 신청, 직원들을 주총에 동원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이군은 목동의 양정고 1년을 다니다 올 초 자퇴한 '중퇴생'으로, 최고경영자를 꿈꾸며 현재 대입 검정고시 및 재무위험관리사(FRM) 공부를 병행하고 있고, 현대차 주식 75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군은 주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어른들이 '주총은 짜고 치는 회의'라고 했는데 앞으로는 일방적으로 안건이 통과되는 게 아니라 주주들끼리 서로 의사교환도 하고 전문경영인에게 질문하는 분위기가 되면 좋겠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아울러 이군은 현대차에 대한 '고언'도 아끼지 않았다.

이군은 "노조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하며, 이 문제만 해결돼도 현대차의 주가는 8만원대로 올라설 것"이라며 "또한 이사회도 오너의 독단적 권한에 의해 이뤄지는게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나아가 "내가 현대차 경영인이라면 개성, 신의주에 공장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북한간 무관세 교역이 이뤄지는 만큼 대중국 수출기지가 될 수 있는 데다, 국내 공장들을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군은 "주총장에 나타나지도 않고, 아버지에게 기업을 물려받는 경영인이 아니라 책임질 수 있는 전문경영인이 되고 싶다"는 장래 희망을 덧붙였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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