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으로 돌아온 아들…하늘엔 비, 가슴엔 悲

  • 입력 2007년 3월 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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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에서 폭탄테러로 사망한 윤장호 하사의 시신이 특별기편으로 2일 오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하자 윤 하사의 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성남=전영한  기자
아프가니스탄에서 폭탄테러로 사망한 윤장호 하사의 시신이 특별기편으로 2일 오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하자 윤 하사의 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성남=전영한 기자
아프가니스탄에서 폭탄테러로 숨진 윤장호 하사의 시신이 특별기편으로 2일 오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해 운구병들에 의해 차량으로 옮겨지고 있다. 성남=전영한 기자
아프가니스탄에서 폭탄테러로 숨진 윤장호 하사의 시신이 특별기편으로 2일 오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해 운구병들에 의해 차량으로 옮겨지고 있다. 성남=전영한 기자
《아프가니스탄에서 폭탄 테러로 숨진 윤장호(27·다산부대) 하사의 시신을 실은 아시아나 전세기가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2일 오전 7시 18분. 약 10분 뒤 윤 하사의 영정과 태극기에 덮인 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영정 속의 그는 옅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빗줄기 속에 영정 뒤를 따르는 유족들도, 거수경례를 하고 있는 윤 하사의 원 소속부대 특전사 장병 100여 명도 말이 없었다. 줄기차게 내리는 빗소리와 군악대의 조악만 활주로에 퍼져 갔다. 윤 하사의 관은 7시 45분경 앰뷸런스로 옮겨졌고 빈소가 차려진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으로 운구됐다.》

○ 가슴에 묻은 가족들

“장호야….”

오전 10시에 시작된 가족 추모예배에서 평소 윤 하사가 좋아했던 찬송가 330장(‘고통의 멍에 벗으려고’)을 부르자 조용히 눈물만 흘리던 아버지 윤희철(65) 씨는 아들의 이름을 나지막이 부르며 오열했다. 어머니 이창희(59) 씨, 윤 하사의 형과 누나도 울먹였다.

예배에 함께 참석한 다산부대 민사장교인 조재식(28) 대위와 통역병 유성관(22) 상병도 얼굴이 붉어졌다.

유 상병은 “윤 하사가 선임병으로서 항상 긍정적이고 밝은 모습을 보여줬다”며 “조금만 더 있었어도…”라며 말끝을 흐리며 울먹였다.

조 대위는 “사고 전날 부모님께 보낼 카펫 등 현지에서 산 기념품을 택배회사에 보내려고 차를 이용하겠다고 찾아왔을 때가 마지막 만남이었다”며 “술을 마시지 못하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나오면 꼭 소주를 한잔하자는 약속을 했다”고 말했다.

윤 하사의 고모 윤영숙(60) 씨는 ‘장호가 떠났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장호를 봤는데 너무 멀쩡하고 깨끗했어요. 얼굴 표정도 평안하게 보였고요. 옆구리의 4∼5cm 크기의 파편 자국만 아니면…. 가족 모두 동시에 장호의 몸을 만지며 ‘장호야 일어나라’라고 외쳤어요.”

그는 “깨끗하고 평안해 보이는 장호의 모습을 본 후 다행스럽다는 마음이 들었지만 슬픔은 더해졌다”고 덧붙였다.

한편 윤 하사의 특전사 전입동기인 엄선호(22) 병장은 “조문할 때 어머니가 ‘장호 몫까지 살아 달라’고 부탁했다”며 “제 동기의 죽음을 (파병 반대와 같은) 다른 일에 이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정치인들 방문도 이어져

오전 9시 30분 윤병세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을 시작으로 조문이 시작됐고 정관계 인사들도 대거 빈소를 찾았다. 모두 윤 하사의 죽음을 슬퍼하고 유족들을 위로했지만 파병과 관련해서는 다른 목소리를 냈다.

오전 11시 17분경 빈소를 다녀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나라를 위해 자랑스럽게 희생한 윤 하사의 죽음이 헛되게 하지 않겠다”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박 대표는 또 “이런 일이 있을수록 더욱 테러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천정배(민생정치준비모임) 의원도 유족들을 위로한 뒤 “작년 말 국회에서 다산, 동의, 자이툰부대가 올해 말까지 파병연장동의안을 받았고 이 원칙이 지켜져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빈소를 찾은 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 권영길 의원단 대표, 노회찬, 최순영 의원 등은 파병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문 대표는 “이번 사고에서도 우리 군은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이 오는 것을 몰랐다”며 “장례가 끝난 뒤 파병과 관련된 문제점들을 짚어 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빈소를 방문해 미 정부가 미군과 함께 작전 중 사망한 외국군에게 주는 훈장인 동성무공훈장을 전달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아드님의 희생은 의미 있는 일”이라며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윤 하사의 부모를 위로했다.

유족들에 대한 미 정부의 보상이나 사과 표명 여부에 대해 버시바우 대사는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유족들을 위로했다”고만 말했다.

윤 하사의 영결식은 7일 오전에 열리며 화장 후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성남=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dongA.com에 동영상

軍 일부 장성 추모기간에 골프 물의

국방부는 아프가니스탄 폭탄테러로 숨진 윤장호 하사의 영결식 때까지 ‘골프 자제’ 지시를 어기고 골프를 한 일부 장성들에 대해 경위를 조사하겠다고 2일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합동참모본부와 육군본부가 2월 28일 윤 하사의 영결식이 끝나기 전까지 장성들은 골프를 자제하라는 지침을 내렸지만, 일부 장성이 휴무일인 1일 군 골프장에 출입한 것으로 확인돼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합참과 육군본부는 베트남전 파병 이후 최초의 해외 전사자인 윤 하사의 넋을 추모하자는 취지에서 장성들의 골프장 출입 자제를 당부하는 지침을 내렸다. 하지만 남성대와 태릉 군 골프장에서 K, L, Y 장군 등 소장 1명과 준장 4, 5명이 골프를 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골프를 자제하라는 상부의 지침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국방부 소속 간부들에게는 별도의 골프 자제 지시가 내려가지 않았고, 지침이 28일 오후 늦게 하달되다 보니 전달 받지 못한 일부 직할기관 소속 장성들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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