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윤장호 하사 유해 서울 도착… 빈소, 정치인 방문 이어져

  • 입력 2007년 3월 2일 11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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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에서 폭탄테러로 사망한 고 윤장호 하사의 유해가 특별기편으로  2일  오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 운구병들에 의해 차량으로  옮겨지고 있다. 전영한기자
아프가니스탄에서 폭탄테러로 사망한 고 윤장호 하사의 유해가 특별기편으로 2일 오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 운구병들에 의해 차량으로 옮겨지고 있다. 전영한기자
아프가니스탄에서 폭탄테러로 숨진 고 윤장호(27) 하사의 유해를 실은 아시아나 전세기가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한 시각은 2일 오전 7시18분. 약 10분 뒤 윤 하사의 영정과 태극기에 덮인 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영정 사진 속의 그는 옅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비속에서 영정 뒤를 따르는 유족들도, 거수경례를 하고 있는 윤 하사의 원 소속부대 특전사 장병 100여 명도 말이 없었다. 줄기차게 내리는 비 소리와 군악대의 조악만 활주로에 퍼져갔다.

윤 하사의 관은 7시 45분경 앰뷸런스로 옮겨졌고 분향소가 차려진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으로 운구됐다.

빈소 조문행렬

유해도착 및 빈소표정

●가슴에 묻은 가족들

"장호야···."

오전 10시에 시작된 가족 추모예배에서 평소 윤 하사가 좋아했던 찬송가 330장(고통의 멍에 벗으려고)을 부르자 조용히 눈물만 흘리던 아버지 윤희철(65) 씨는 아들의 이름을 속삭이며 오열했다. 어머니 이창희(59) 씨와 윤 하사의 형과 누나도 울먹였다.

예배에 함께 참석한 다산부대 민사장교인 조재식(28) 대위와 통역병 유성관(22) 상병도 얼굴이 붉어졌다.

유 상병은 "윤 하사가 선임병으로서 항상 긍정적이고 밝은 모습을 보여줬다"며 "조금만 더 있었어도···"라며 말끝을 흐리며 울먹였다.

조 대위는 "사고 전날 부모님께 보낼 카펫 등 현지에서 산 기념품을 택배회사에 보내려고 차를 이용하겠다고 찾아왔을 때가 마지막 만남이었다"며 "술을 마시지 못하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나오면 꼭 소주 한잔 하자는 약속을 했었다"고 말했다.

윤 하사의 고모 윤영숙(60) 씨는 '장호가 떠났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장호를 봤는데 너무 멀쩡하고 깨끗했어요. 얼굴 표정도 평안했고요. 옆구리의 4, 5㎝ 크기의 파편 자국만 아니면···. 가족들 모두 동시에 장호의 몸을 만지며 '장호야 일어나라'라고 외쳤어요."

그는 "깨끗하고 평안해 보이는 장호의 모습을 본 후 다행스럽다는 마음이 들었지만 슬픔은 더해졌다"고 덧붙였다.

빈소 조문행렬

유해도착 및 빈소표정

● 정치인들 방문도 이어져

오전 9시30분 윤병세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을 시작으로 조문이 시작됐고 정관계 인사들도 대거 분향소를 찾았다. 모두 윤 하사의 죽음을 슬퍼하고 유족들을 위로했지만 파병과 관련해서는 다른 목소리를 냈다.

오전 11시 17분경 분향소를 다녀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나라를 위해 자랑스럽게 희생한 윤 하사의 죽음이 헛되게 하지 않겠다"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박 대표는 또 "이런 일이 있을수록 더욱 테러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천정배 의원도 유족들을 위로한 뒤 "작년 말 국회에서 다산 동의 자이툰부대가 올해 말까지 파병연장동의안을 받았고 이 원칙이 지켜져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빈소를 찾은 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 권영길 원내대표, 노회찬 의원, 최순영 의원 등은 파병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문 대표는 "이번 사고에서도 우리 군은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이 오는 것을 몰랐다"며 "장례가 끝난 뒤 파병과 관련된 문제점들을 짚어 볼 것"이라고 말했다.

노 의원은 "지금이라도 파병 부대를 철수해야 윤 하사의 죽음이 고귀한 희생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명숙 국무총리, 손학규 전 경기지사,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열린우리당 정세균 당의장과 장영달 원내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등도 오후 빈소를 방문해 유족들을 위로했지만 파병 문제와 관련해서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윤 하사의 영결식은 7일 오전에 열리며 화장한 뒤 대전 국립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이세형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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