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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2월 15일 16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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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대부업체 대표 오모(45) 씨가 연 243%의 이율로 1300만 원을 빌려 간 심모(66) 씨 부부를 상대로 "원금과 이자 4800여만 원을 달라"고 낸 소송 상고심에서 15일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판결은 기존 대법원 판례를 변경한 것으로, 무등록 고리대금업자에 의한 피해자들의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돈을 빌려주는 쪽과 돈을 빌리는 쪽의 경제력 차이로 인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한도를 초과해 현저하게 높은 이자율을 약정한 경우 이는 돈을 빌려준 쪽이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얻는 것이어서 무효"라며 "불법의 원인이 주로 돈을 빌려준 쪽에 있다면 이미 지급한 이자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이율'에 대해선 △약정 당시의 전반적인 경기 상황 △금융기관 대출 이율 △돈을 빌린 쪽의 원금 반환 가능성 △돈을 빌린 쪽의 차용 목적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하급심에서 결정하도록 했다.
당초 원심 재판부는 2002년 제정된 '대부업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을 준용해 "연 66%를 넘는 이자는 무효"라면서도 "이미 지급한 이자에 대해선 반환 청구를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이전의 판례를 변경한 것이다. 1988년 9월 "당사자 사이에 약정된 이율의 일부가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으로서 일부 무효가 된다 해도 당초 약정이율에 따른 이자를 임의로 지급한 경우에는 이를 무효라고 할 수 없다"며 "지급한 이자의 반환을 청구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당시에는 1962년 제정된 이자제한법에 따라 연25%를 넘는 이자 약정은 원칙적으로 무효였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 직후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로 금리를 자유화하면서 1998년 1월 이자제한법이 폐지됐다. 이후 고리대금업이 성행하면서 연 이율이 300~400%에 이르고, 이자 독촉 과정에서 폭력이 동원되는 등 서민들의 피해가 커졌다.
이자제한법 부활 요구가 거세지자 정부와 국회는 2002년 '대부업법'을 제정해 연 66%를 넘는 이자약정은 무효로 규정했다. 연 66%를 넘는 이자를 임의로 지급한 경우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규정도 있지만 이 법의 적용을 받는 범위는 제한돼 있고, 법 자체도 내년 말까지만 시행되는 한시법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부업법이 제정됐으나 중소기업이나 서민에게는 여전히 어려움이 있었다"며 "이번 판결로 고율의 이자 약정과 폭력적 방법까지 동원되는 폐해를 방지하고 이미 지급한 이자도 반환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인해 과거 사채업자 등에게 고율의 이자를 지급했다고 해도 반환 청구만 하면 모두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게 대법원 측 설명. 소송을 내더라도 반환 여부는 사안에 따라 판단하게 된다는 것이다.
조용우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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