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시중교사, 명예훼손은 인정하나 행위는 무죄"

  • 입력 2007년 2월 8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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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이 차 심부름을 시킨 사실을 폭로해 해당 교장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충남 예산의 보성초등학교 전 기간제 교사 A(29) 씨에 대해 법원이 명예훼손 사실은 인정하는 대신 위법성은 없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2003년 4월 당시 당사자인 이 학교 서승목 전 교장은 차 시중 문제에 대한 전교조의 서면사과 요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전교조의 활동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교육계 안팎에서 크게 확산됐다.

대전지법 홍성지원 정상규 판사는 8일 판결문에서 "차 심부름 강요 행위 주체가 교장인지 교감인지를 명확하게 구별하지 않고 다소 감정적인 표현을 일부 사용한 점 등으로 볼 때 이 사건으로 자살한 해당 학교장의 명예가 훼손된 점은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여성교원의 차 접대는 교육부가 사건발생 3년 전부터 금지했고 교육현장에서 남녀평등은 매우 중요한 헌법적 가치라는 점, 교육 관련기관이 시정 조치하도록 한 점 등을 볼 때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보아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서 전 교장은 "전교조의 서면 사과 요구를 받아 괴롭다"고 자주 말해오다 2003년 4월 4일 오전 10시 경 예산군 신양면 신양리 마을 인근 은행나무 가지에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됐다.

이에 앞서 A 씨는 이 학교에 부임하지 17일 만인 2003년 3월 20일 "교장선생님께 차 타 드리는 것이 수치스럽다"며 사표를 제출한 뒤 전교조 인터넷 홈페이지에 "하루에도 몇 번씩 (교장 교감이) 번갈아 가며 수업에 들어왔다, (교장이) '윗 사람이 시킨 것을 못하겠다고 하는 사람은 전교조야'라고 말했다"는 글을 올렸다. A 씨는 계약직이어서 전교조 회원은 아니었다.

홍성=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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