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2007 정시 논술 특집

  • 입력 2006년 12월 26일 02시 57분


■ 논제

다음 제시문은 ‘권위’와 관련된 것들이다. 각 제시문을 분석하고 현대 사회에서 권위의 모습에 대해 논술하시오.

(1800자 안팎. 150분)

■ 학생글

정용한·경기 안양고등학교 3학년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에는 권위의식으로 가득 찬 왕이 등장한다. 왕은 만물을 자신의 신하로 여기고 명령을 내린다. 생텍쥐페리는 이 왕을 통해 권위의식에 찬 인간을 비판했다. 이 작품에서 다루는 권위는 권위자에 의한 권위이다. ①이처럼 권위란 권위자에게서 나온다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권위란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일종의 위엄이기 때문에 다른 양상의 권위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칼 포퍼의 ‘열린사회와 그 적들’에서 저자가 추구하는 ‘열린사회’는 대중들이 협의를 통해 권위를 가지는 민주주의 사회이다. ①이처럼 현대 사회에서는 다양한 양상의 권위가 존재한다.

제시문 (가)는 권위를 백성을 통제하여 다스리는 힘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권위를 가지기 ②위해서 권위자는 차별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③제시문 (나)는 자유를 무시하는 것은 의존을 통한 복종 관계를 낳기 때문에 자유를 존중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시문 (다)는 평등한 사회에서 권위는 대중에게서 나오지만, 불평등한 사회에서 권위는 소수 엘리트에게서 나온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시문 (라)는 저명 인사들은 그 분야에서 큰 권위를 가지며 이 권위는 진실을 판단하는 기본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제시문들은 모두 권위에 대해서 다루고 있지만 ④권위의 양상에 대한 입장의 차이는 모두 다르다. 제시문 (가)에서 차별화된 권위자에 의해 권위가 나오는 점과 제시문 (라)에서 저명한 인사에 의해 권위가 나온다는 점은 권위가 하나의 권위자에 의해 발생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 제시문 ⑤(나)에서 권력보다 자유를 강조하는 점과 제시문 (다)에서 평등한 시대에는 대중이 권위를 갖는다는 점은 권위가 다수의 개인에게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따라서 제시문 (가), (라)와 제시문 (나), (다)는 권위의 양상에 따라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다.

⑥이와 같이 현대 사회의 권위는 권위자에게 집중되어 있기도 하고, 다수의 개인이 갖기도 하는 혼합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 일반적인 상식의 수준을 넘는 전문성을 요구하는 분야의 경우 권위자는 큰 영향력을 갖는다. 정치와 경영, 증권과 같은 분야에서 컨설턴트 사업이 발달한 것은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이처럼 권위자에 의한 권위는 전문성이 있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권위가 개인에게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 ‘황우석 사태’가 불거진 이유 중에 하나는 사건이 과학적인 전문성을 띠어서 사람들이 비판을 가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이 사실은 권위자 개인의 권위가 악용된 사례에 해당한다.

대중들이 쉽게 알고 접근할 수 있는 분야의 경우 대중들은 권위를 가지고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 광고보다 입소문을 이용하는 것이 마케팅에 더 효과적이라는 사례나, 영화 후기를 보고 관람할 영화를 선택하는 일상적인 경우가 대중이 권위를 갖는 사례이다. 이처럼 ⑦대중이 갖는 개개인의 권위는 복종 관계가 성립되기 어렵기 때문에 평등 관계가 유지된다. ⑧[하지만 개개인의 욕구가 다르기 때문에 권위가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⑨의약분업 정책이 결정될 때의 의사와 약사 간의 대립처럼 이익 집단들의 견해가 서로 충돌할 때 어느 쪽을 지지하느냐에 따라 대중들의 대립이 심화되는 사례는, 대중들의 권위는 합의가 어려워서 결정이 신속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⑩ [따라서 개개인의 권위와 권위자의 권위를 조화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권위자의 권위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각 분야의 전문가 집단을 양성해야 한다. 이 전문가 집단은 정부에 기용되어 권위의 공정성을 얻어야 한다. 동시에 대중들은 스스로 전문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렇게 한다면 대중이 갖는 권위와 권위자의 권위 사이에 윈윈 관계가 성립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세계관 접해봐야 어휘력 풍부해져

한사람 시각을 일반 관점으로 확대말아야

■ 첨삭지도

이번 논술은 다른 주장을 가지고 있는 네 개의 제시문이 공통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을 찾아 현대 사회에 적용시키는 것이다. ‘권위’라는 핵심어가 주어지고 각각의 제시문을 분석해 ‘권위’가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알아내는 것이 관건이었다. 대부분의 학생이 제시문 분석은 잘하였으나 (나) 글을 논제와 연관시켜 설명하는 데 어려워했다. 이것은 논제의 방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학생의 경우도 (나) 글의 핵심은 피한 채 에둘러 넘어갔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이 학생의 경우 문장의 논리적 연결이나 어휘력이 부족한 듯하다. 의미가 분명하지 않은 용어를 반복 사용하여 논점을 흐리게 하였다. 어휘력의 한계는 세계관의 한계라는 말이 있다. 다양한 어휘를 적재적소에 활용하도록 하자. 이런 단점들이 있었지만 제시문 외 다른 책들을 근거로 제시한 점과 잘 짜인 글의 큰 틀은 칭찬 받을 만하다. 이 밖에도 이 학생이 앞으로 주의해야 할 점들을 몇 가지 살펴보자.

① 성급한 일반화이다. ‘어린왕자’라는 소설의 한 부분을 예로 하여 일반적인 사람들의 시각이라 말할 수 없다. 또한 두 가지 권위의 종류를 예로 들면서 ‘다양한 양상의 권위가 존재한다’라고 말하는 것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 여기서는 ‘다양한’ 보다는 ‘다른 종류’ 정도로 바꾸는 것이 어울리겠다.

② ‘∼기 위해’와 같은 표현을 ‘∼(으)려면’으로 바꾸면 더 자연스럽다. 문맥에 따라서는 ‘∼고자’, ‘∼(으)려고’, ‘∼도록’ 따위로 바꿀 수도 있다.

③ (나)는 자유를 존중하는 교육을 하자가 아니라 자유가 억압되어 의존적인 상태가 되었을 때 문제점에 시선을 두어야 한다. 즉, 루소는 아이의 성장 수준에 맞는 교육 방법을 주장했고 궁극적으로 법률을 통해 인간의 권리를 회복하고 힘을 길러 의존 관계를 극복하고 자연 상태로 돌아갈 것을 주장했다.

④ 앞에서는 권위의 양상이 모두 다르다고 해 놓고 뒤에서는 (가)와 (라)글의 공통점을, (나)와 (다)의 공통점을 설명하여 논리상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권위의 양상에 대한 입장의 차이는 조금씩 공통점과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로 바꾸는 것이 적절하겠다.

⑤ (나)에서 자유를 강조한다는 것이 권위가 개인에게 있다는 것과 어떤 연결고리를 갖는지 충분한 설명이 나타나 있지 않다.

⑥ 위에서는 제시문을 분석했을 뿐이지 현대사회와 연관지어 설명하지 않았다. 여기서는 ‘이와 같이∼’ 가 아니라 ‘이를 통해 보았을 때∼’ 로 고치는 것이 좋겠다.

⑦ 대중이란 ‘신분의 구별이 없이 한 사회의 대다수를 이루는 사람’을 의미한다. ‘대중이 갖는 개개인의 권위’라는 표현은 대다수와 개개인이라는 양립할 수 없는 두 개념을 함께 사용하여 글쓴이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모호하게 만든다.

⑧ 대중의 의견이 하나로 밀집했을 때 대중이란 이름의 권위를 갖게 되는 것이다. 저명인사가 아닌 평범한 인물군 개개인의 욕구가 달라서 분산될 경우 애초에 권위가 성립할 수 없다.

⑨ 문장이 길어서 어색하다. ‘이익 집단들의 이해가 대립되었던 의약분업 정책∼’ 정도로 고치는 것이 좋다. 또한 의약분업 사례 하나만으로 어떠한 사실이라는 가치판단을 내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

⑩ 문제에서는 제시문을 통하여 현대 사회에서 권위의 모습에 대해 논술하라고 하였다. 그런데 이 학생의 경우 바람직한 권위의 활용방법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며 글을 마무리하고 있다. 단순히 요약하라는 논제가 아닌 이상 비록 논제에서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렇게 주어진 문제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것은 좋은 방법이다. 더불어 이번 호에 사용된 제시문 (라) ‘부의 미래’의 필자인 앨빈 토플러가 최근 방한하였다. 2007학년도 정시모집 논술에 대비하면서 이와 관련하여 그의 견해나 저서를 한번 검토하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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