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현 로비달력’… ‘○시 ○○골프장’ 돈 전달장소도 기록

  • 입력 2006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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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검이 11일 경기 고양시 탄현역 주변 주상복합아파트 시행업체 K사의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에 특수부 검사들을 전원 투입하는 등 전면 수사에 나선 것은 ‘로비 달력 원본’의 신빙성이 어느 정도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K사 고문 김모 씨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로비 달력 원본은 2005, 2006년 두 권으로 2006년 달력에는 7월까지 로비 내용이 적혀 있다.

그리고 로비 내용도 단순히 ‘○○○에게 ○원’ 식이 아니라, 로비의 필요성이 생긴 날짜에서부터 로비가 진행되는 과정까지 매우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

또 돈이 전달된 장소도 해당 날짜 부분에 ‘○시 ○○골프장’ 식으로 구체적으로 적혀 있다.

이 로비 달력은 김 씨가 K사 정모 대표 등에게서 전해들은 얘기를 기록해 놓았다는 점에서 일부 과장된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로비 달력을 본 인사들은 날짜마다 로비 내용을 적은 필기구나 필체가 조금씩 달라서 사후에 한꺼번에 작성됐을 개연성은 낮은 것 같다고 말한다.

이 같은 ‘폭발력’ 때문에 문제의 로비 달력을 확보하기 위해 올해 초부터 검찰은 물론 관련 업체들 간에 물밑 쟁탈전이 치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 로비 달력은 이를 작성한 김 씨가 원본을 갖고 있었고, 김 씨의 지인 등이 사본을 갖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K사 전 대표였던 또 다른 김모 씨가 올해 9월 현 대표인 정모(47) 씨를 상대로 수원지검에 횡령과 정·관계 로비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김 전 대표는 자신의 주장이 사실이라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이 로비 달력이 필요했고, 관련 인사들에 따르면 김 전 대표 측은 이를 구하기 위해 김 씨 측에 1억 원을 제시했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김 전 대표 측은 지난달 가까스로 달력 사본 일부를 구해 검찰에 제출했다고 한다.

처음 검찰에 제출된 달력 사본은 2005년도의 몇 개월치였고, 검찰은 달력 원본 전체를 확보하기 위해 김 씨를 체포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압박하기도 했다. 결국 김 씨 측은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8일 밤늦게 지인을 통해 두 권의 달력 원본을 검찰에 제출했다.

이에 앞서 K사에 밀려 시행사업을 맡지 못한 경쟁업체 2, 3곳에서도 K사의 사업 추진을 무산시키기 위해 이 달력을 구하려고 총력전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업체는 달력 원본을 건네받는 대가로 김 씨 측에 10억 원을 주겠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한편 K사 측 관계자는 “김 씨가 무슨 근거로 그런 내용을 달력에 적어 놨는지 모르겠다”며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평가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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