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상처받은 동심들 동화 듣고 “하하”

  • 입력 2006년 12월 11일 02시 57분


코멘트
9일 서울문화재단이 홀어머니와 사는 혼혈어린이들을 위해 마련한 ‘찾아가는 낭독회’에서 개그맨 표인봉 성우 박기량, 박영남 씨(왼쪽부터)가 동화 ‘가부와 메이 이야기’를 읽어주고 있다. 박영대 기자
9일 서울문화재단이 홀어머니와 사는 혼혈어린이들을 위해 마련한 ‘찾아가는 낭독회’에서 개그맨 표인봉 성우 박기량, 박영남 씨(왼쪽부터)가 동화 ‘가부와 메이 이야기’를 읽어주고 있다. 박영대 기자
9일 오전 서울문화재단 청사(서울 동대문구 청계천로 517)에서는 특별한 낭독회가 열렸다.

30여 명의 혼혈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책 낭독과 뮤지컬 공연이 마련된 것.

이날 낭독된 동화는 서로 가까워질 수 없을 것 같던 늑대와 염소가 친구가 되어가는 모습을 유쾌하게 그린 ‘가부와 메이 이야기’였다.

개그맨 표인봉 씨가 해설을 맡았고, 텔레비전 만화시리즈 ‘짱구는 못 말려’의 짱구 목소리를 더빙하는 성우 박영남 씨가 염소 메이, ‘VJ 특공대’ 등으로 귀에 익은 성우 박기량 씨가 늑대 ‘가부’의 목소리 연기를 했다.

“음하하하, 맛있겠다. 아니, 내가 무슨 생각하는 거야. (입맛만 다시며) 친구니까 ‘한 쪽 귀만 먹어봐’ 해도 좋을 텐데….” (늑대 가부)

해설을 맡은 표 씨가 “가부는 잠들어 있던 메이의 귀를 슬쩍 깨물었습니다”라고 읽자 듣고 있던 어린이들은 “아… 안돼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린이들은 위기의 순간이 오면 가늘게 신음소리를 흘렸고, 늑대와 염소의 아름다운 우정이 펼쳐지면 박수를 쳤다.

이날 낭독회는 서울문화재단의 독서캠페인 가운데 하나인 ‘찾아가는 낭독회’의 올해 마지막 행사. ‘찾아가는 낭독회’는 문화적으로 소외된 어린이들에게 책을 통해 마음을 보듬어 주고 책 읽는 기쁨을 안겨주려는 행사다.

올해 7월부터 시작해 매월 1회씩 그동안 서울대 어린이병동 어린이, 강서구 가양동 새터민 어린이 등을 찾아갔다. 6회째의 손님은 혼혈 어린이 지원단체인 펄벅재단에서 추천받은 수도권 일대의 싱글맘 가정 혼혈 어린이.

동화 낭독을 마치면 인형극, 마술, 아카펠라 콘서트 등이 이어진다. 이날은 ‘재크와 콩나무’를 각색한 뮤지컬 ‘재크와 요술저금통’이 공연됐다.

재단 문화사업팀 한지연 씨는 “외모가 달라 선입견으로 상처받기 쉬운 혼혈 아이들을 위해 서로 이질적인 존재들이 친구가 되어가는 마음 훈훈한 동화를 골랐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4학년 아들과 함께 온 염모(44·여·인천 부평구) 씨는 “문화공연에 목말라 있던 아이가 많이 좋아했다”며 “꿈을 키워 주는 이런 행사들이 자주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