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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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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3일 화물연대 지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과 형사처벌 등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화물연대 지도부조차 강성 조합원들의 운송 방해를 통제하기 어렵다고 밝혀 사태 악화가 우려된다.
화물연대는 표준요율제, 노동기본권 보장 등을 담은 관련 법안 개정안의 처리 과정을 지켜보며 투쟁 강도를 조절할 예정이다. 그러나 법안 통과 전망이 밝지 않다. 화물차 운송업자들의 집단 운송 거부 참여율이 높아지고 수송 방해 등 실력행사가 늘어나면 물류 대란이 벌어질 소지도 있다.
정부는 3일까지 물류 수송량이 평소의 90% 선을 유지하고 있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크지 않다고 밝혔다.
○ 방화, 폭행 등 운송 방해 잇달아
같은 날 오후 11시 50분경 부산 기장군 정관면 매학리의 한 아파트 앞길에 주차된 11.5t 화물트럭에도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불이 나 화물칸 일부를 태웠다.
1일 새벽 부산 해운대구 석대동 세양물류 주차장에서는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남자가 화염병 2개를 던지고 달아난 사건이 벌어졌다.
차량에 돌을 던지거나 운전사를 폭행하는 사건도 잇달았다.
2일 낮 12시 30분경 울주군 언양읍 반천리 울산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는 화물연대 조합원으로 추정되는 40여 명이 돌을 던져 달리던 25t 화물트럭 2대와 탱크로리 1대의 앞 유리창이 파손됐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40여 명은 타고 가던 관광버스에서 내려 돌을 던진 뒤 버스를 타고 서울 방면으로 달아났다. 경찰은 트럭 운전사 김모(67) 씨 등 3명이 이들에게 폭행당했다고 주장해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1일 오전에는 울산항 주변 도로와 울산석유화학공단 진입도로 등 7, 8곳에서 길이 10cm 크기의 대못이 30∼40개씩 뿌려져 있는 것을 화물트럭 운전사들이 발견해 신고했다. 경찰에 따르면 화물연대가 파업에 돌입한 1일 이후 화물차량 12대가 불에 타고 49대는 운전석 유리창이나 타이어가 파손됐으며 1대는 페인트 낙서 피해 등 모두 62대의 화물차가 훼손됐다.
○ 만성적 공급 과잉 탓에 파업 반복
화물연대는 2003년 총파업을 벌여 물류대란을 빚은 후 거의 해마다 파업을 벌이고 있다. 이는 만성적인 화물차 공급 과잉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화물 운송 시장은 1997년 화물차운수사업법이 제정되면서 진입 장벽이 사라졌고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공급이 급증했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1997년 이후 작년까지 물동량은 4억9900만 t에서 2005년 5억2600만 t으로 5.4% 증가하는 데 그쳤으나 같은 기간 영업용 화물차는 20만2000대에서 35만8000대로 급증했다.
건교부는 2004년부터 허가제로 전환하고 신규 진입 허가를 중단했지만 여전히 공급 과잉 상태다.
만성적인 공급 과잉은 화물트럭 운전사들의 생계를 위협해 지난해 9월 부산 신선대 컨테이너터미널 정문 앞에서 트레일러 운전사 김동윤 씨가 분신자살한 사건까지 벌어졌다.
화물연대는 화물트럭 운전사의 최저생계비를 보장하는 표준요율제 도입과 노동기본권 인정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여 왔다.
○ 5일 건교위 법안 심의가 분수령
지난달 화물연대의 요구를 담은 노동관계법과 화물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 등의 발의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와 건교위에 상정됐다.
화물연대 정원석 정책부장은 “5일 건교위의 화물차운수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심의 결과를 지켜본 뒤 투쟁 일정을 조절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와 정치권이 법안 통과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통과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정부는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개인사업자 자격으로 사측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이들을 노동자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주장을 밝히고 있다.
화물연대 조합원을 노동자로 인정한다면 비슷한 처지인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 경기보조원 등도 노동자로 인정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정부는 표준요율제 도입이나 주선료(화주와 운수회사 간 거래의 중개수수료) 상한제 등도 도입하기 어렵다는 방침이다.
화물 운송 시장은 화물이나 운송 조건에 따라 운송료가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고, 화물 운송 시장의 공급 과잉 상태에서 정부가 표준요금을 제시하거나 주선료 상한을 정하는 것은 시장경제 논리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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