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전 절도 사죄합니다' 익명의 편지

  • 입력 2006년 11월 30일 17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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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전 동네 슈퍼마켓에서 쥐포를 훔쳤던 한 시민이 사죄의 글과 함께 주인에게 전해달라며 현금 10만 원을 경찰에 보내 왔다.

30일 광주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발신인이 '광주'로만 적혀 있는 익명의 편지 한 통이 29일 배달됐다.

사연의 주인공은 편지에서 "희미한 기억이지만 1988년 어느 날 슈퍼마켓 주인 아저씨가 졸고 있을 때 동네 아이들과 몇 차례 쥐포를 훔친 적이 있다"며 "아저씨는 다리 한쪽이 없는 불편한 몸이셨는데 도둑질로 폐를 끼쳐 지금까지 마음이 괴롭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지금이라도 찾아뵙고 사죄드리고 싶지만 '우리슈퍼'라는 가게가 사라져 찾을 길이 없다"며 "주인아저씨를 뵐 면목이 없어 대신 전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경찰은 편지에 적힌 가게가 광주 남구 주월동 사거리가 확장되면서 없어진 사실을 확인하고 광주세무서와 당시 관할 구청인 서구청에 자료를 요청하는 등 가게 주인 찾기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편지에 당시 죄에 대한 뉘우침과 몸이 불편한 주인아저씨에 대한 미안한 감정이 짙게 배어 있다"며 "관계기관과 협조해 가게 주인을 찾아 편지와 현금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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