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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1월 29일 14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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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11시경 부산 북구 금곡동 모 아파트 김모(14·중2) 군의 집 작은방에서 김 군이 피를 토한 채 쓰러져 숨져 있는 것을 어머니 박모(39) 씨가 발견했다.
김 군은 이날 오후 9시부터 같은 반 여자친구(14)와 인터넷 채팅을 하며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다 오후 10시 23분경 '독극물을 먹었다. 마비가 온다. 목이 따갑다'는 글을 남긴 뒤 연락이 끊어졌다.
여자친구는 김 군의 휴대전화로 연락을 했고, 휴대전화를 통해 들려오는 신음소리를 듣고 평소 친하던 친구 3명에 급히 연락을 했다. 김 군이 채팅을 하고 있을 때 어머니 박 씨는 낮에 배달한 우유 값을 받으려 밖에 나가고 없었으며, 여섯 살 난 유치원생 여동생만 집에 있었다.
김 군의 친구 4명은 택시로 김 군의 집을 가면서 어머니 박 씨에게 연락했고, 박 씨와 친구들은 거의 동시에 집에 도착했으나 김 군의 숨은 이미 멎은 상태였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조대의 손길도 이미 늦었다.
평소 가정형편을 비관하던 김 군은 한 달 전에도 자신의 왼쪽 동맥을 자해해 자살을 시도하는 등 우울증세를 보였다.
어머니 박 씨는 "아들이 '자살사이트에 가입했다'는 말을 듣고, 정신과 치료를 받도록 하는 등 문제가 있었으나 가정형편상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없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5년 전 남편과 이혼한 기초생활수습자인 박씨는 영구임대아파트에서 생활하면서 우유배달로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다.
경찰은 "김 군이 최근 '인터넷 자살사이트를 통해 만난 사람으로부터 독극물을 구입했다'는 말을 했다"는 친구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문제의 자살사이트를 추적하고 있다.
경찰은 또 자살사이트뿐만 아니라 포털 사이트 지식검색을 통해 빈번히 이뤄지고 있는 독극물 유통을 차단하기 위해 독극물 판매와 관련한 글을 올린 사람들의 ID를 확보해 추적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한편 보건복지부와 한국자살예방협회가 29일 발표한 자살 관련 온라인 유해 사이트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 각종 포털 사이트 등을 통해 자살 방법을 논의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0월부터 1년간 주요 포털 사이트의 카페와 지식검색, 게시물, 게시판, 정보통신윤리위원회 경찰청 홈페이지 등에서 발견 신고 된 자살 관련 컨텐츠 항목은 총 444건이나 됐다.
이 중 자살에 관한 지식 게시물이 202건, 블로그가 85개, 자살카페 34개, 사이트 6개, 기타 129건 등이었다. 내용은 자살 방법에 대한 문의 및 소개가 49%로 절반을 차지했으며 유해 물질 구매 및 문의(22%), 자살 이미지 및 동영상(21%) 등의 순이었다.
부산=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이유종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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